경영투명성 강화 나선 '이재용'의 삼성, 향후 과제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23.10.27 06:15

[이재용 회장 취임 1년]③

10월 19일(목)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삼성이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을 강화한 '선임(先任)사외이사' 제도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며 거버넌스 체제 개편에 나섰다. 경영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사외이사 권한 강화...이사회 견제


삼성에 따르면, 삼성SDI와 삼성SDS는 지난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이사회 견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고,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며, 이사회 의장-경영진-사외이사 간 소통의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삼성SDI, 삼성SDS 외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 8개사는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대상이 아니다.

현재 국내 상법상 비금융권 기업의 경우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이 의무가 아니지만, 삼성은 선제적으로 제도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의 이같은 행보는 이 회장의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기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승진 시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논의를 거쳐 승진을 결정했다. 참고로, 회장직은 상법상 직함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승인이 불필요하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삼성은 사외이사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거버넌스 체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2017년 4월부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은 2020년 2월 독립적 권한을 부여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들의 준법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과제 산적


내부 통제를 위한 점검은 일단락됐다. 현재 삼성은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반도체 업황은 언제 회복될 지 불투명한 상황으로, 대규모 반도체 적자 속에서 삼성전자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1, 2분기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000억원대에 머물며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이지만, 전세계 IT시장에 불어닥친 수요침체 여파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적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등 대외 환경 변화도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10년 이상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반도체와 휴대폰의 뒤를 이를 미래 신산업을 발굴해 키워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이 서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 주며 전사 실적을 견인하는 '황금 포트폴리오'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그러나 이같은 포트폴리오 효과가 얼마나 더 유효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은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인공지능(AI) 등에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보여왔으나,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 역시 눈독을 들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삼성의 인수합병(M&A)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2017년 삼성전자는 9조원을 들여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했지만, 이후 굵직한 M&A 소식은 없었다.


"그룹 컨트롤타워 다시 세워야"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2023.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 계열사 간 업무를 조율하고 시너지를 모색할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계열사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방향성 △속도감 △책임감 △소통 측면에서 과거 '미전실'의 기능에 미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총수가 나서서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며 "치열한 경쟁 상황을 봤을 때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이 회장은 숫자를 보는 대신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룹 경영을 효과적으로 도울 조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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