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돈 쏟아붓더니…"생산 계획 철회" 물러선 제조사들, 왜?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박준식 특파원 | 2023.10.26 15:11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신호가 점점 더 뚜렷해지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투자 및 생산 계획을 철회하며 사업성 재검토에 나서고 있다. 오랫동안 전기차 올인을 경계하던 일본 토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세상이 실상을 마침내 깨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8일(현지시간) 영국의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AFPBBNews=뉴스1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혼다는 50억달러(약 6조79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개발 파트너십을 발표 1년여 만에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2027년 북미 출시를 목표로 테슬라나 중국 BYD(비야디)와 경쟁할 수 있는 저렴한 전기차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베 도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에 대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년 동안 이 문제를 검토한 결과 사업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수년 동안 전기차에 미래를 걸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시장 둔화라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전년비 49%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63% 증가에서 급격히 낮아진 수치다.

수요 둔화로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다. 패스트마켓이 산정한 탄산리튬 현물 가격을 기준으로 리튬 가격은 올해 들어 67% 떨어졌다. CME의 코발트 가격은 같은 기간 20% 내렸다.

세계 1위의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의 아키오 회장은 이를 두고 "세상이 마침내 실상을 깨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5일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전기차 위주의 규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너무 이상적인 기준으로 규제를 만들면 피해를 보는 건 일반 소비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높은 비용과 자원 부족 및 제한된 충전 인프라 등 전기차 산업체계가 직면하게 될 현실 과제를 지적하며 전기차 이외의 다른 가능성에 계속 투자하면서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해왔으며 이에 따라 전기차로의 변화에 적응이 더디다는 지적도 받았다.


새로운 현실 아래 자동차 기업들의 사업 계획 재검토도 잇따른다. GM은 앞서 전기 픽업트럭 공장 가동 계획을 1년 연기했고 내년 중반까지 북미에서 전기차 누적 생산량 4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철회했다. 지난 7월엔 포드가 연간 전기차 6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 달성 시기를 올해 말에서 내년 말로 미루기로 했다. 2026년 말까지 20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사실상 포기했다.

아이셰어즈 자율주행 전기차·기술 ETF 3개월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투자자들은 달라진 전망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기차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자율주행 전기차·기술 ETF'의 지난 3개월 하락률은 24%에 달해 글로벌 주식 벤치마크인 MSCI 전세계 지수 하락폭(8.3%)보다 훨씬 컸다. 일본 모터 제조사인 니덱(옛 일본전산)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전망 우려로 24일 10% 이상 폭락하면서 약 15년 사이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고금리 환경이 전기차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과 소비자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투자와 소비가 모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가격 할인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위축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북돋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금리 환경을 언급하며 "자동차 구매자의 압도적 다수가 할부로 구매한다는 사실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금리가 계속 높거나 더 높아지면서 자동차 구입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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