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HMM 매각 이후 국가해운력 유지 우려된다

머니투데이 김명재 목포해양대 교수 | 2023.10.26 03:30
김명재 목포해양대 해상운송학부 교수
대표 국적외항선사인 HMM 매각이 해상물류업계 전반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핵심은 약 5조원의 정부보유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다. HMM은 현재 수주잔량을 포함해 컨테이너선 약 100척에 100만TEU를 넘는 선복량을 보유했다. 자산규모가 약 30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성과는 2017년 한진 사태 이후 정부가 국가 해운력(Sea Power) 재건을 재인식하고 정부가 한국해운진흥공사를 설립해 지원한 정책금융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해운협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입 물동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13억톤, 2900만TEU에 이른다. 이들 화물의 99% 이상이 해상을 통해 운송된다. 벌크선 등 일반 부정기선과 달리 다품종 고가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한 나라의 무역거래량과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주요한 지표다.이러한 화물을 수송하는 정기선 서비스는 우수한 자본력과 경영노하우를 보유한 선진 해운기업과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 HMM은 현존 3대 동맹 중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소속돼 선복량 세계 8위에 올랐으나 400~600만TEU를 보유한 MSC, 머스크 및 CGM CMA 등의 상위권을 점유한 외국선사들에 비해 절대적 열위에 있다. 시장점유율도 약 3%에 그쳐 세계 무대에서는 매우 작은 규모다. 이는 아직도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항만 체선 등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발생해 우리나라 해상 수출입 물류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고 유례없는 물류비를 지불해야만 했다.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경제규모 확대와 함께 국가의 글로벌 해상물류 체계의 지속적인 확충이 불가결하다. 현재 진행되는 HMM 매각은 이러한 여러 요인을 반영해 국가의 해운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다행히 국부유출이 우려되는 외국 기업을 입찰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국내 기업도 인수 이후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전문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인수자가 돼야만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의 외형적인 확장이나 이익추구에 입찰목적이 있는 기업이라면 어렵게 만든 국가물류 기반의 유지와 장기성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해운은 국방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했다. 영국이나 스페인 등 유럽제국들은 외부의 침략에 대비한 자국 보호나 혹은 영토확장과 식민지 지배를 목적으로 해운력을 강화했다.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전쟁과 같은 유사시 산업원자재나 군수물자 수송을 맡기 때문이다. 선박은 '기국주의'에 의해 움직이는 영토로서 공해상에서나 외국에서 소속국을 상징하는 국기를 게양한다. 국제무대에 취항하는 국적 외항선이 많을수록 우리나라의 영토가 확장되고 위상이 제고된다. 모든 기관이나 주체가 이 같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슬기롭게 매각절차에 임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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