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수 리스크 맞은 수출길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23.10.25 15:32
한국의 수출길이 인수·합병 리스크를 맞았다. 바닷길을 책임지는 해운은 HMM의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하늘길을 맡은 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해운과 항공 모두 격변기를 맞고 있다. 해운의 경우 공급은 늘고 운임은 떨어지는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지만 투자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HMM이 코로나19 기간 황산화물 세정장치인 스크러블을 장착해 다른 글로벌 선사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긴 것처럼, 친환경 전환 없이는 이제는 경쟁 자체가 불가하다. 국제 표준에 따라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평균 선박 수명이 20년인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나 매각이 늦어지면서 HMM의 친환경 전환도 속도가 붙기 쉽지 않다. 시급한 상황이지만 마땅한 인수자도 당장 보이지 않는다. 해운업계는 악화하는 업황 속에서도 투자를 우직하게 밀어붙이거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여유가 있는 인수자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인수자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대다수다. 산업은행이 "적격 인수자가 없으면 매각하지 않겠다"고 유찰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다.

항공화물 산업 역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에 따라 반도체 등이 전략자원으로 떠오르면서다. 유럽과 미국은 독과점 형성 시 발생할 안보 리스크를 우려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경계 중이다. 항공업계에서도 화물사업은 "사실 국익을 위해 유지하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19 기간 막대한 수익을 냈지만, 평상시에는 손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부분 매각 여부를 결정하는데, 매각 거부시 합병도 사실상 불발된다. 덩달아 이익을 내서 이자 갚기에 급급한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한국 국제선 화물량의 30% 가까이를 책임지는 항공사가 흔들리는 셈이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수출길이 타격을 입으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속도와 방향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발빠르면서도 국익에 부합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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