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체외순환사에 대해 들어봤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이번에 질문한다고 (머니투데이 기사를 통해) 접하면서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24일자 머니투데이가 [단독] "없으면 수술 마비"…흉부외과 '불법' 투명인간 국감 첫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의 출력물을 들어 보이며 "이런 기사도 나왔다. 이번 국감을 준비하면서 (체외순환사의 자격을 논하는 게) 늦은 감이 있지만 기사가 났기 때문에 장관께서도 충분히 숙지했을 것으로 본다"며 "흉부외과 수술 때 체외순환사가 그동안 역할을 꾸준히 해왔고, 없으면 안 되는 필수 요원이라는 점을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다.
"동의한다"고 조 장관이 답하자 강 의원은 "그럼 체외순환사를 공식 직종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체외순환사 존재의 중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업무 범위 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것(체외순환사)에 대해 별도의 자격을 주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존 면허와의 관계, 현장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체외순환사는 흉부외과에서 심장을 수술할 때 수술장에서 환자의 심장을 대신해 피를 전신에 공급하는 기계(에크모)를 돌리는 일, 쉽게 말해 '혈액의 체외 순환'을 주업무로 담당한다. 심장을 수술할 때 심장의 박동을 멈춰 고정된 상태에서 심장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국에서 심장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은 90여 곳으로, 이곳에 모두 체외순환사가 근무하고 있다. 보통은 심장 수술 때 체외순환사 2명(적으면 1명)이 수술실에서 꼬박 서서 일하는데, 흉부외과 집도의의 지시 하에 혈액의 양을 늘리거나 줄이고, 약물을 혈액에 넣어 피를 돌리는 등 업무를 맡는다.
현재 국내에서 암암리에 활동하는 체외순환사는 22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정식 직종으로 인정받지 못해 모두 불법적인 존재다. 그런데도 수술장에서 체외순환사가 없이는 심장 수술을 한 건도 진행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흉부외과 의사 수 자체도 부족하지만, 흉부외과 의사가 있더라도 체외순환사가 없이는 심장 수술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조 장관이 체외순환사의 존재를 몰랐다고 답한 데 대해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임원인 흉부외과 전문의 A씨는 "정부가 여태까지 필수의료를 지원·육성하겠다고 이야기해왔는데, 가장 기본적인 인력 운영 현황조차 몰랐다는 데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그만큼 필수의료 육성 정책이 촘촘하지 않을 것이고, 흉부외과 영역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나마 지금이라도 복지부 장관 입에서 '체외순환사란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국감에서 체외순환사의 존재, 그리고 이들에 대한 공식적인 자격 인정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된 건 사상 처음이다. 이에 대해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일본은 인증제도를 국가에서 백업해주고 교육비 일부를 지원해준다는 점을 참고삼아 현재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체외순환사에 대해 법적 불이익이 없도록 유예해줄 것, 향후 체외순환사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자격 인증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기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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