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Q 성장률 5% 넘을 수도…그럼에도 늘어나는 침체 전망[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3.10.25 20:35

편집자주 |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최소한 4%가 넘는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의 경기 호황이 침체로 급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는 물론 5%까지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는 4.7%로 집계됐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예측 모델인 GDP나우(Now)는 올 3분기 GDP 성장률을 5.4%로 예상하고 있으며 S&P 글로벌은 5.6%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이 5%를 넘기는 201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초까지 딱 한번밖에 없었다.



기대와 다른 성장 가속화


이처럼 과열에 가까운 경제는 전혀 기대되던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는 올 1분기와 2분기에 2%대의 견고한 성장률을 보인 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반응해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연방기금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출 비용을 늘려 경제의 양대 축인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연준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해 주택 판매 및 건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따라 급감했다. 또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최고치였던 9.1%에서 지난 9월 3.7%로 낮아졌다.



호황 이유 ①충분한 일자리


하지만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는 예상만큼 줄지 않았다. 이유는 첫째, 실업률이 4%를 넘지 않고 있는 빠듯한 고용시장 수급 때문이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대부분이 일자리를 얻어 급여를 받으니 소비 수준이 낮아지지 않았다. S&P 글로벌은 올 3분기 GDP 성장률의 절반 이상을 소비자 지출이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황 이유 ② 대규모 정부 지출


둘째,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지출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고 제조업 시설을 미국 내로 유치하기 위해 수백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를 군사 지원하면서 무기에 대한 지출도 늘렸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기업들에 흘러 들어가면서 미국 제조업은 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정부 지출은 올 3분기 GDP 성장률을 0.6%포인트까지 끌어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 3분기에는 미국의 무역 적자가 급감하며 GDP 성장률에 1%포인트 이상 기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재고가 소폭 반등한 것도 GDP 성장률에 도움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4Q 성장률 1.7%로 둔화 전망


하지만 경제가 이렇게 호조세를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임금 인상률이 인플레이션을 앞서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 지출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지 의문이다.

기업들은 돈을 차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늘어나 신규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은행들은 대출 조건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올 4분기에는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S&P 글로벌은 올 4분기 성장률이 1.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더 나아가 마켓워치는 올 3분기에 경제가 호황을 누렸다고 조만간 경기 침체가 없을 것이란 뜻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경제는 침체 직전에 성장률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미국 경제는 2.5%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또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몇 개월 전인 1990년 1분기에는 GDP 성장률이 4.4%였다.



침체 확신하는 전문가들


지금도 경제는 호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조만간 침체가 닥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콘퍼런스 보드는 내년에 짧은 경기 침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S 롬바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브 블리츠는 마켓워치에 "나는 여전히 경기 침체가 오고 있다고 믿는다"며 "다만 2008~2009년보다는 훨씬 덜 심각한 침체일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과 유명 채권 투자자인 빌 그로스도 미국 경제가 곧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퍼싱스퀘어 회장인 애크먼은 지난 23일 소셜 미디어 X에 "미국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며 채권 공매도 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고 밝혔다.

채권 운용사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의 공동 창업자인 그로스도 지난 23일 X에 미국 경제가 올해 안에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활동 약화 이미 시작돼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로 로젠버그 리서치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로젠버그 역시 올 3분기 큰 폭의 GDP 성장률은 "불쑥 올라온 부분"에 불과하며 경제 활동은 이미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프트랜딩(연착륙) 기대감은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 팬데믹 때 저축해둔 자금은 이제 소진됐고 높은 대출금리로 소비 여력은 대폭 줄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정부가 탕감해주려던 학자금 대출도 10월부터 다시 상환이 시작돼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로젠버그는 "다음 단계는 '소프트랜딩'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하드랜딩'으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 전망을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지난주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솔직히 연준이 미국 소비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소비자들의 지출이 둔화하고 있다"며 "문제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발표된 연준의 경기 진단 보고서인 베이지북도 가을 초 경제 성장이 "소폭 약화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고금리에 뭔가 깨질 수도


EY 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다코는 24일 월간 보고서에서 금리가 높아질수록 "무언가가 깨질"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에 대한 컨센서스가 더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는 현 시점에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 장기 국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금융 여건의 긴축과 지금과 같은 격동의 시기를 헤쳐나갈 정책적 기둥의 부재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의 군사 충돌이 더 큰 분쟁으로 전이돼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침체 닥쳐도 주식 매수해야"


미국 경제가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라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로젠버그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함께 보유할 것을 권했다.

그는 "채권과 금 같은 안전자산은 계속 인기를 끌 것이고 (경기 침체로)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성장주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프라이빗 뱅크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조셉 퀸란은 24일 보고서에서 "부정적인 거시경제적 뉴스가 넘쳐 난다고 해도 경기 침체 또는 침체에 대한 경고는 주식을 팔지 말고 사야 할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12번의 경기 침체를 경험했는데 침체는 평균 10개월 지속됐으며 증시는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을 때 이미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25일에는 장 마감 후 메타 플랫폼과 IBM이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26일 개장 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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