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이건희 회장을 떠나보내던 날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2023.10.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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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1년 10월 14일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1. 꼭 3년 전 2020년 10월 25일(일요일) 오전 8시경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다."

취재원은 이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스스로 입에 담기 힘든 단어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메시지는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이라는 그 말을 듣는 순간 2014년 5월 10일 밤부터 6년여를 병상에 누워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오랜 잠에서 벗어나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을 직감했다. 언젠가 다가올 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날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 순간이다.

이건희 회장이 처음 쓰러졌던 2014년 그날 밤 기자는 혼자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과 응급실을 배회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졌다는 첩보를 듣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응급실에서 초조한 눈빛으로 이 회장의 수술상황을 지켜보다가 기자를 보고 당황하던 그 비서팀 직원이 아니었다면 이 회장이 쓰러진 사실도 몰랐을 시기였다.

당시 수술실 근처에서는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장남 이재용 부회장, 장녀 이부진 사장, 차녀 이서현 사장 등 가족들이 쾌유를 빌며 기다리고 있을 때다. 6년여를 이 회장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했던 그들의 희망이 꺾인 순간을 맞이 한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회사에 긴급하게 연락하고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택시로 이동하는 중에 접촉 가능한 수십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대부분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봐서 분명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일요일 아침에 전화를 받는 일부는 무슨 사연인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가보라던 취재원은 100% 믿을 수는 있는 사람이었지만, '이건희 회장의 타계'라는 중요한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사를 내보낼 수가 없었다.

9시를 조금 넘긴 시간 도착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아무런 징후도 없었다. 빈소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시쯤 회사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거성이 졌다는 소식이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쓰러졌던 2014년 5월 10일에서 11일로 넘어가는 그 새벽 시간과 비슷한 시간대에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고 그의 타계 소식은 순식간에 세상에 퍼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사진=머니투데이 DB

#2.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이건희 선대 회장과 그의 뒤를 이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경영스타일이 달랐다. 은둔의 제왕으로 불렸던 선대 회장과 달리 이재용 회장은 매일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챙겼다.

지난 3년간 거의 매주 재판을 받는 틈틈이 전자계열사 사장들이나 EPC(설계·조달·시공) 부문, 금융부문 사장들과 수시로 회동하고, 재판이 없는 시기에는 아랍에미리트·베트남·싱가포르·스위스·일본·중국·미국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몇 일 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수행 출장을 떠나기 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부회장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점심 시간을 쪼개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차세대 반도체 R&D 센터를 들른 후 저녁엔 3주기 추도음악회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거의 출근하지 않았던 선대 회장과는 달랐다. 그는 필요하면 담당임원에 직접 전화를 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등 실용주의다. 선대 회장은 혼자 오랜 시간 생각에 빠지는 장고(長考)스타일이면 이재용 회장은 다수와의 토론을 즐기는 편이다.

선대 회장은 한시간이나 두시간 동안 현안설명을 듣는 중에는 한마디도 없다가 마지막에 한마디 툭 던지는 스타일이다. 잭 웰치 GE 회장에게도 보고한 적이 있었다는 한 CEO는 잭 웰치 회장보다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할 정도다.

이유는 잭 웰치는 중간중간 반응이 있었지만, 이 회장은 전혀 그런 것이 없이 뚫어지게 쳐다만 봐 제대로 보고가 되고 있는 지 알 수 없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보고가 마음에 안들 경우에는 회의 말미에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선대 회장처럼 크게 싫은 소리를 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하는 스타일에 디테일한 것까지 챙긴다. 어느 경영방식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길을 찾는 방법에서 차이의 문제다.

27일이면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이다. 선대 회장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니겠지만 이제는 이를 신경쓰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걸림돌은 치우고, 디딤돌은 밟고 올라서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이제는 그가 앞서 걸어가는 길이 삼성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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