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쇼핑도 방송이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23.10.25 03:10
지금은 인터넷으로 실물을 보지 않고 주문하는 게 일상이지만, 20여년 전만해도 문화 충격이던 시절이 있었다. 1995년 첫 방송된 홈쇼핑이 우리나라 최초의 비대면 판매다. 집집마다 울렸던 '뻐꾸기 시계'가 바로 맨 처음 홈쇼핑으로 팔린 제품이다. 이 외에도 스팀청소기, 도깨비방망이, 원액기 등 홈쇼핑은 수많은 '엄마들의 유행템'을 배출시켰다.

홈쇼핑이 이렇게 급성장한 데는 쇼호스트의 역할이 컸다.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팔기 위해서는 입담은 물론 소비자들의 수요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홈쇼핑들은 앞다퉈 쇼호스트 육성에 나섰고,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스타 쇼호스트들도 여럿 탄생했다.

그럼에도 쇼호스트는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방송 내용이나 판매 책임은 쇼호스트가 아닌 홈쇼핑에 있다. 쇼호스트 정윤정씨가 지난 1월 생방송 중 욕설을 사용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다. 정 씨에 대한 처분은 업계 자율에 맡겨졌다.

여기에 파문을 던진 것이 NS홈쇼핑이다. NS홈쇼핑은 정 씨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화장품 판매 방송을 편성했다가 방송 하루 전에 취소했다. 정 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화장품 회사 '네이처앤네이처'의 판매 방송이다. NS홈쇼핑은 비판 여론에도 '네이처앤네이처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지난 20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전하자 그제서야 방송편성을 취소했다.


반면 다른 홈쇼핑들은 네이처앤네이처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정 씨의 출연은 금지한 상태다. 현대홈쇼핑은 정 씨를 방송에서 영구퇴출했고 롯데홈쇼핑도 지난달 네이처앤네이처의 또다른 화장품 '더마큐어'의 판매 방송을 진행했지만 정 씨는 출연하지 않았다. '정 씨 출연은 화장품사의 결정'이라는 NS홈쇼핑의 변명이 힘을 잃는다.

홈쇼핑은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인 동시에 수 백만명에게 방송을 전달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이 있다. 정 씨는 왜 개인 인터넷 방송이 아닌 홈쇼핑에 복귀 하고 싶었을까. 쇼호스트들도 결국 '방송'을 통해야만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매출에 혹해 방송의 힘과 책임을 잊는 선택이 반복되지 않길 빈다.

정인지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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