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이 카카오 계열사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하는 가운데,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23일 오전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다음날인 24일 오전 1시40분까지 15시간 40분간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에 출석한 김 센터장은 24일 오전 1시40분까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사를 받았다. 특사경은 23일 오후 1시 반쯤 오전 조사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야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가 끝난 뒤 금감원 1층에 등장한 김 센터장은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라고 짧게 말한 뒤 금감원을 빠져 나갔다. "카카오 주가가 많이 내리고 있는데 주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질문에는 김 센터장은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오전에도 김 센터장은 '배재현 대표에게 주가 조작을 지시한 적이 있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한 뒤 어두운 표정으로 입장한 바 있다.
앞선 13일 금감원 특사경은 김 센터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배 대표는 19일 구속된 상태다.
배 대표는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와 함께 2400억여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가를 시세 조종하고 에스엠 주식에 대한 주식대량보유보고(5%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특사경은 앞선 지난달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 배재현 대표 등을 소환 조사했다. 이밖에 4월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 사옥, 8월 카카오 본사의 김 센터장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센터장 조사까지 진행된 것은 특사경이 일부 혐의를 입증할 정황과 증거를 찾았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날 금감원에 김 센터장 포토라인이 세워진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2019년 금감원 특사경이 출범한 이래 포토라인에 조사대상이 선 것은 처음이다.
김 센터장이 구속되거나 구체적인 혐의점이 나올 경우 카카오는 사업 전반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김 센터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의사결정 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사령탑의 부재 뿐 아니라 기존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특사경이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 센터장이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의혹에 끝날 가능성도 높다.
카카오의 에스엠 인수는 전사적 경영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만큼 김 센터장이 이를 모를 리 없지만 법을 어긴 부분이 있느냐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김 센터장이 얼마나 관여했고 의도성이 있었는지, 사모펀드와 공모했느냐는 점이 문제인데 이를 증명해 내느냐가 특사경의 숙제다.
한편 이날 김 센터장 금감원 소환 조사에 카카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100원(2.82%) 내린 3만795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신저가를 기록했다. 카카오가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 역시 대주주 적격성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전거래일 대비 850원(3.90%) 하락한 2만95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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