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기자들과 만나 첫 일성으로 '통합'을 제시했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미래 세대를 위한 먹거리 발굴과 국가 발전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점도 밝혔다.
인 위원장은 "한 단어로 정의하겠다. 통합을 추진하려 한다"며 "사람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이런 통합"이라고 말했다. 또 "저는 무슨 마이크를 들이대고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 한심스러운 질문을 한 번 받았는데 저는 전라도에서 크고 전라도를 무척 사랑하는 대한민국에 특별귀화한 그런 국민"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와 정파적 이해관계를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총선 승리를 위해 핵심 가치를 공유한 세력을 포용하고 연합하는 '덧셈 정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인요한 위원장이 첫 메시지를 통해 사실상 혁신의 기준을 이미 다 밝혔다. 기득권을 버리고 낮아져야 한다, 희생과 헌신을 해야 한다. 다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누가 어떻게 희생할 것이냐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할 것이냐는 향후에 메시지와 행보를 통해 보일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혁신위의 위원 구성과 활동 범위, 안건,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혁신위가 혁신위원 인선 등을 마치고 틀을 갖춰 출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김 대표와 접한 뒤 "제가 32년 교편을 잡고 대학병원에서 일했는데 이건 아주 새로운 일"이라며 "기회를, 시간을 달라. 배우는 데 예습·복습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주셨다"며 "우리(당)의 편견, 뜻을 따르지 말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진정으로 도와달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일단 파격적인 인 위원장 인선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혁신위원 구성과 향후 활동을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평가가 많았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인 위원장은 웬만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인물로 현대사의 변곡점을 모두 겪었다"며 "한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지만 보수로 전향했다.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치를 제시해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우리 당에 없는 새로운 시각을 수혈해 주고 외연을 확장시켜줄 분"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인 위원장은 국가관이나 문제의식 등 전체적으로 훌륭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다만 혁신위는 우리 당을 혁신하잔 것인데 당의 사정과 선거를 잘 모르면 소신을 갖기 어렵단 점에서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메시지나 혁신위를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물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인 위원장 인선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에서 "얼마 전 인 교수가 김한길 위원장과 이런저런 대담을 한 점을 봤을 때 (이번 인선이) 어떤 방향성과 의도를 가지고 된 카드가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며 "정말 주류, 대통령실, 김한길 위원장 같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쓴소리를 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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