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맨발 걷기' 열풍이다. 맨발로 땅을 직접 밟는 이른바 '어씽'(접지, earthing)을 통해 암, 뇌졸중, 고혈압 등 다양한 중증질환으로부터 회복되었다는 경험담이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전해지면서 맨발 걷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국 지자체를 비롯해 서울시 서초구·양천구·노원구·동작구 등 자치구들도 도심 한복판에서 주민들의 맨발 걷기를 지원하기 위해 산, 공원 등 녹지공간을 '맨발 길'로 조성하는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맨발 걷기의 건강상 이점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지난 2020년 대한통합의학회지에 실린 차의과학대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평균 나이 76세의 노인 총 32명을 절반씩 나눠 4주간, 1회 30분씩 총 12회에 걸쳐 한쪽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고 다른 쪽은 신발을 신고 걷게 했다. 그 결과 맨발 걷기를 한 노인은 시각적 통증 척도(0~10점 만점)를 기준으로 측정한 허리통증 점수가 5.9점에서 4.1점으로 감소해 신발을 신은 쪽(6.0점에서 5.4점)보다 개선 폭이 훨씬 컸다. 이 밖에도 맨발로 걷은 쪽은 균형 능력이 48.1점 → 52.9점, 수면 만족도는 42.1점→55점으로 증가해 신발을 신은 쪽(각각 47.6점→48.9점, 42.9점→47.8점)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발을 신으면 맨발로 걸을 때보다 보폭이 길고, 발등을 더 많이 굽히게 된다"며 "발이 땅에 닿을 때 충격력이 더 클뿐더러 압력 분포가 고르지 못해 통증 개선과 운동 효과 등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김유근 원장은 "맨발로 걸을 경우 운동화를 신을 때보다 운동 효과가 2배 이상 높다"며 "발바닥 전체를 지압할 수 있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가 촉진되고, 체중 감소는 물론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신발을 벗는 데서 오는 편안함, 자연을 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등 정서적인 이점도 맨발 걷기의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발과 땅에 집중하며 걷는 맨발 걷기를 앉아서 집중하는 정적 명상과 유사한 '동적 명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맨발로 걷는 것이 우울, 불안, 슬픔과 같은 심리·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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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인대·힘줄 등 부상 조심해야 ━
둘째, 맨발 걷기 도중 발에 상처가 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 환자는 발의 작은 상처나 물집도 궤양으로 번질 수 있어 운동 후 발바닥에 상처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발에 진물이 나고 갈라지거나 한포진(습진), 무좀이 있는 경우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맨발 걷기를 자제하는 게 좋다. 김 원장은 "쇠못이나 깨진 유리 조각을 밟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맨발 걷기에 나서기 전 미리 파상풍 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며 "안전한 장소에서 부드러운 땅인지 확인하고 사전에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게 낙상과 부상을 예방하는 방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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