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기피과 중의 기피과' 신세 흉부외과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10.24 03:3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앞으로 최소 10년간 우리 국민은 심장·폐 질환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심근경색, 급성 대동맥 박리처럼 분초를 다투는 초응급 상황이 찾아와도 흉부외과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해 '뺑뺑이'를 해야 할 판이다. 흉부외과 '예비 전문의'(전공의) 지원자가 크게 줄면서(1993년 57명→2021년 20명) 당장 내년부터 은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배출될 인력보다 많아질 예정이다.

흉부외과는 산부인과·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과 함께 기피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흉부외과는 '기피과 중의 기피과'로 꼽힌다. 한 의료계 원로는 기자에게 "필수의료의 붕괴를 경고하는 공청회에 흉부외과 전문의를 패널로 부르기가 부담스럽다"며 "흉부외과의 기피 정도가 너무 심해 이 분야 의사들이 악에 받쳐 있어, 현장에서 매우 험한 말이 나올까 봐"라고 귀띔했다.

흉부외과의 길을 택해 걸어온 현직 전공의·전문의 사이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공의 1~·4년 차 흉부외과 전공의가 모두 있는 수련병원은 5곳뿐이다. 2018~2022년 흉부외과 전공의의 이탈자는 14.1%로 전체 진료과 중 가장 많았고, 일차 의료에서 상근하는 흉부외과 전문의의 81.9%는 '흉부외과와 관련 없는' 진료과목으로 돌아섰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2025학년도 대학 입시 전형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 혁신 전략'을 19일 내놨다.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화하며 정해보겠다는 계획만 나왔을 뿐이다.

어쨌든 현재 우리나라 임상 의사(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평균(3.7명)보다 적다.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진료는 의사, 조제는 약사'로 역할을 나누면서 2000년 3507명이던 의대 정원은 3253명(2003년), 3097명(2004~2005년)으로 점차 줄더니 2006년엔 3058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규모가 현재까지 유지됐다. 의료계에선 의협이 '당시 줄어든 인원'을 채워 원래대로 복구하자는 '카드'를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선심 쓰듯' 꺼낼 것이란 이야기가 떠돈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전문의가 배출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린다. 정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두고 협상하느라 정신이 팔리는 사이, 당장의 인력 구멍을 메울 구체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복안을 정부가 구상했는지는 의문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되 흉부외과 같은 기피과의 의사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실효성 있는 대책은 진작 나왔어야 한다.

단순히 의대 정원만 확대하고 수가를 높인다고 해서 늘어난 만큼 흉부외과 지원자가 많아질까? 흉부외과처럼 개흉 부위가 큰 수술을 담당하는 경우 수술 예후의 편차가 큰데, 의료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덩달아 크다. 이런 부담감까지 '사명감'에 집어넣고 지원할 의대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급한 불'(현직 전문의·전공의 이탈)이라도 끄려면 의대 증원과 함께 현직 흉부외과 전문의를 붙잡을 '복안'도 나와야 한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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