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나이츠의 한국프로농구 2023~2024시즌 홈 개막 경기가 열린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 5200여 전 좌석을 가득 채운 팬들 앞에 중세 '기사(Knights)' 복장을 한 전희철 SK나이츠 감독과 김선형·오세근·허일영 등 선수단 전원이 등장했다. 기사로 변한 선수들은 농구공 대신 칼과 방패를 들고 뛰어나가 오크들과 맞서 싸웠다. 이들은 진짜 선수들이 아니다. ICT 기업 '온마인드'가 디지털 트윈 기술로 제작한 '버추얼 휴먼'이다.
버추얼 휴먼 기업 온마인드는 버추얼 휴먼으로 제작한 SK나이츠 홈개막전 인트로 영상을 공개했다. 온마인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나수아' 제작사로, 2021년 11월 SK그룹의 ICT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로부터 80억원을 유치한 후 SK나이츠의 모기업인 SK텔레콤과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버추얼 휴먼의 활동 무대가 노래·춤·토크·게임 등을 넘어 스포츠 업계까지 확대됐다.
온마인드는 선수들부터 감독, 코치진까지 22명의 SK나이츠 선수단을 버추얼 휴먼으로 제작해 인트로 영상을 만들었다. 이 버추얼 휴먼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실제 선수들 얼굴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3D 스캔 장비로 촬영하면 선수들의 얼굴 골격·홍채·눈물샘·주름 등을 섬세하게 복제할 수 있다. 129대 카메라와 조명 50대로 구성된 스캔 장비는 온마인드가 자체 구축한 것이다.
개막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형일 온마인드 CEO(최고경영자)는 "선수 한 명을 스캔하는데 최소 20분에서 최대 50분 걸렸고, 이 스캔 데이터를 받아 렌더링 등 후작업을 거쳐 한 명의 버추얼 휴먼을 완성하기까지 최대 3일이 걸렸다"며 "버추얼 휴먼 디지털 트윈에 관한 자체 기술 파이프라인을 모두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통상 3~6개월 정도 걸리는 작업을 2달 만에 끝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덕분에 SK나이츠 선수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익숙하지 않은 중세 기사를 연기하지 않고도 실감 나는 인트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SK텔레콤과 온마인드는 이렇게 제작한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 대표는 "버추얼 휴먼을 만들어 놓으면 5분이든 1시간이든 영상을 추가로 만드는데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라고 했다.
목진우 온마인드 COO(최고운영책임자)는 "현재 온마인드는 버추얼 휴먼 기술 R&D(연구·개발)를 완성한 시점으로 수익 모델을 찾고 있다"며 "3분기 팬덤 비즈니스를 활용한 새 IP(지식재산권)가 나올 거고, 이를 바탕으로 2025년 하반기에는 분기 기준 BEP(손익분기점)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온마인드의 지분 구성은 SK스퀘어 37.5%,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넵튠 37.5%, 김형일 대표 18.7%, 하나은행 6.3% 등으로 구성됐다. 온마인드는 지난 7월 서울투자청이 주관하는 해외투자유치 유망기업 CORE 100에 선정돼 글로벌 투자를 유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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