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살고 싶다" 마약중독자의 외침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23.10.20 05:00
"아직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마약을 끊고 싶습니다."

지난달 말 마약 중독 재활시설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마약중독자의 말이다. 그는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댔다가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민간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주거형 마약 중독 재활시설 다르크(DARC)를 만나고 처음 희망을 봤다. 단약 교육을 충실히 받고 함께 입소한 사람들과 고통을 나눴다. 그는 "최근에서야 유혹을 떨쳐낼 수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더이상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됐다. 경기도다르크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남양주시에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을 한 점이 문제가 됐다. 소송을 하고 있지만 운영이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집 주변에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 사는 걸 반기지 않는 주민들 민원도 걸림돌이다.

경기도다르크에 입소했던 15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 중 일부는 또 마약에 손을 댔다가 자수해 재판을 받고 있다. 다시 삶이 엉망이 될까 두려워 스스로 교도소를 선택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약범죄 재범률은 50%에 육박한다.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면 다시 마약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다.


많은 전문가들이 재활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 마약 전문가는 "마약을 끊으려면 삶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며 "중독자들의 일상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활공동체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활시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경기도다르크 외에 인천과 대구, 김해 3곳에서 다르크가 운영되고 있다. 기부금과 운영자 사비로 운영되는데 인천다르크 한달 기부금은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남태현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독자들은 재활시설의 24시간 관리와 통제가 필요한 만큼 정부에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반년이 넘었다. 마약 청정국이 되기까지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사회부 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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