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책임 소재는 분명하지 않다. 가자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해당 폭격은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무장 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가 발사한 로켓의 오발로 벌어진 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책임 공방 와중에도 아랍권 국가들은 즉각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번 폭격은 "병원 대학살"이라며 "이스라엘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난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책임을 돌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를 무시한 이스라엘의 공격 사례"라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례 없는 잔혹함을 멈출 수 있도록 모든 인류가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도 촉발됐다. 튀르키예와 요르단에선 이스라엘 대사관 주변에서, 레바논에선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튀르키예 주재 기자를 인용해 "지금 튀르키예에선 이스라엘을 향한 반감이 무척 고조돼있다"면서 "그것은 거리에서 그대로 느껴진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시위대는 이날 이스라엘 영사관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도 주민들은 마무드 아바스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팔레스타인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과 섬광탄 등을 발포했다. 예멘과 모로코, 이란과 이라크 등의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목격됐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당장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며 아랍권을 향해 "분노의 날" 행동을 촉구했다.
로이터는 이번 폭격을 배후가 누구건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이 취소된 게 대표적인 신호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문한 뒤 요르단으로 이동해 요르단 국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이집트 대통령을 만나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찾아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아랍권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처우에 대한 우려를 다루고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균형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폭격에 분노와 슬픔을 표하며 책임 소재를 규명할 정보 취합을 지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격과 그로 인한 끔찍한 인명 손실에 분노와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미국은 분쟁 중 민간인이 보호돼야 함을 확고히 지지하며 이번 비극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의료진 등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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