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9000S'를 생산한 파운드리업체는 SMIC, 그리고 그 회사의 반도체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량멍송(梁孟松·71) 공동 최고경영자(CEO)다. 량 CEO는 AMD를 거쳐 TSMC에서 17년 연구개발을 맡았다. 이후 삼성전자에 부사장으로 입사했다가 TSMC의 소송으로 인해 퇴직하고 SMIC로 옮기는 등 파란만장한 길을 걸었다.
16일 대만 자유시보가 '칩 워: 중국이 한 사람에 의존해서 홀로 버틸 수 있을까?'라는 기획 기사에서 량 CEO를 집중 분석했다. 중국 파운드리 굴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량멍송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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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멍송, TSMC에서 삼성전자로━
량멍송이 TSMC를 떠난 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TSMC를 떠난 후 량멍송은 대만 칭화대학 전자공학과 교수로 한 학기 근무한 후 2009년 8월 성균관대학 방문교수로 한국에 온다. 당시 대만매체는 삼성그룹이 성균관대학재단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량멍송이 삼성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010년 5월 당시 TSMC 인사과 담당자가 량멍송에게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으나, 량멍송은 사실이 아니며 삼성전자에 입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1년 TSMC 퇴직 후 2년이 경과하고 경쟁업체 전직금지 기간이 만료되자 량멍송은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 부사장급으로 입사한다. 당시 국내언론에서는 량멍송의 영입으로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를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도할 정도로 량멍송에 대한 기대가 컸다.
량멍송 입사 후 삼성전자가 2014년 12월 14나노 핀펫(FinFET) 기술개발에 성공하며 TSMC를 반 년 이상 앞지르자 TSMC는 량멍송을 상대로 대만법정에 전직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TSMC가 2012년 28나노 공정 제품을 출시할 당시 삼성전자는 기술이 수 년 뒤처져 있었지만, 량멍송이 28나노 공정 기술을 제공해 삼성전자가 TSMC를 빠르게 따라잡고 14나노 핀펫 칩을 먼저 양산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TSMC는 주장했다.
2015년 8월 TSMC는 대만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승소했으며 대만 대법원은 량멍송이 그해 말까지 삼성전자를 떠나야 한다고 판결한다. 이 판결은 대만 사법사상 최초로 전직금지 기간 경과 후에 경쟁업체 취업을 금지한 판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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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 최고경영자로 중국 파운드리 육성에 매진 ━
지난 2022년 반도체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는 SMIC가 2021년 7월부터 7나노공정에서 생산한 비트코인 채굴칩을 미국 코인채굴업체 미네르바에게 납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지난 8월말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면서 SMIC의 7나노공정이 다시 화제의 초점이 된 것이다.
다만 SMIC가 만든 7나노 반도체의 성능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한 시장조사업체는 SMIC 7나노 반도체의 수율이 업계 표준인 90%보다 크게 낮은 50%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200만~400만개의 AP만 생산가능할 것으로 추측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도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 1000만대 출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본토의 7나노 반도체 생산능력으로는 부족해서 결국 10나노 반도체까지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은 수율과 생산능력이 관건이다. 대만의 유명 반도체 애널리스트 앤드류 루는 SMIC는 생산 능력이 부족해서 4000만 개의 프로세서를 만들려면 수 개월이 소요될 것이지만, 만약 생산 능력이 예상을 넘어선다면 이는 량멍송의 진두지휘하에 SMIC가 7나노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했다는 의미로서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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