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청담동·대치동·삼성동(잠청대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때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고, 최근 침체기를 겪은 뒤에는 떨어졌던 가격을 빠르게 회복한 곳이다. 오히려 이 와중에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한국 부동산의 '노른자'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겪는 동안, 이 지역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거래가 불편해졌다. 이 지역에서 집을 사고 팔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재건축을 앞둔 낡은 아파트더라도 직접 살아야 하는 실거주 의무도 있다. 실거주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한다는 정책의도다. 하지만 같은 지역 안에서 큰집이나 작은집으로 옮기는 등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거주자들까지 불편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해당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놓은 더 큰 목적은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압여목성) 등 4곳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결정을 내린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잠청대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1년 연장했다. 이 지역들은 적어도 내년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다.
정책의도와 달리 집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지역별 아파트 중위매매 가격(2020년 6월~2023년 9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4000만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1.9% 올랐는데 이 기간 목동이 포함된 양천구는 무려 36.3% 치솟았다. 같은 기간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는 32.9%, 전체 지역의 42%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는 28.8%, 잠실을 품고있는 송파구는 24.3% 올랐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5000만원에서 2023년 9월 3억1700만원으로 오히려 9.6% 내렸다. 서울-지방 사이는 물론, 서울 내에서도 쏠림현상이 더 심화된 것이다.
더구나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예정지에 수요가 집중되며 쏠림현상은 더 심해진다. 서울시는 2040도시기본계획과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정비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지역에 대규모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가격이 치솟는다.
준공 후 30년이 넘은 노후단지들은 실수요 목적보다는 재건축 이후를 기대하는 투자가 많다. '초상급지'로 분류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연일 신고가가 속출하는 이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만 접근이 가능한 상태다.
현재 강남구 면적의 약 절반(42%)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바로 맞닿아있는 용산구 한남동이나 서초구 반포동 부동산이 주목받는 '풍선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는 잠실 생활권이면서도 신천동에 포함돼 '갭투자 성지'로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자치구들과 주민들은 바로 옆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거래 자체가 불편해졌는데 그렇다고 부동산 자체의 매력이 줄어드는건 아니다"며 "그결과 자금력 있는 수요자들만 접근이 가능해지고 가격은 더 오르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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