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지역 창업생태계에 '단비'…스케일업 '물길' 열었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 2023.10.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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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 2021년 '지역혁신 벤처모펀드' 도입
지역 벤처캐피탈 "스타트업 성장 마중물 역할 톡톡"

노태석(왼쪽부터, 가나다 순) BNK벤처투자 부장, 조국형 경남벤처투자 대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사진제공=각 사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이하 VC협회)가 발표한 '2022년 벤처투자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신규 벤처투자 중 5대 광역시 및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17.6%에 불과했다. 수도권(전체 73.2%)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역 유망 스타트업들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다.

모태펀드를 관리·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이하 KVIC)는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2021년 '지역혁신 벤처모펀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모태펀드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 공공기관이 주요 출자자(LP)인 지역혁신 벤처모펀드는 지역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로 3년차를 맞은 지역혁신 벤처모펀드는 지역 창업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역혁신 벤처모펀드의 자펀드인 지역벤처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노태석 BNK벤처투자 부장, 조국형 경남벤처투자 대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이상 가나다순)에게 직접 들어봤다.

-지역 벤처투자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조국형 경남벤처투자 대표(이하 조 대표)=한국벤처캐피탈(이하 VC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별 신규 벤처투자 중 5대 광역시와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17.6%로 절대적인 열세다.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벤처투자가 지역 창업 의지를 저하시키고 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이하 한 대표)=수도권과의 현저한 불균형이 완전 해소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 지자체들이 지역벤처펀드 결성에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노태석 BNK벤처투자 부장(이하 노 부장)=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하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3년 동안 상당 부분 개선됐다. 특히, 지자체들이 의지가 강하다.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기초 인프라가 우수한 부울경(부산·울산·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역 벤처캐피탈(VC)로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노 부장=인재다. 지역에 상주하며 VC 심사역을 할만한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 좋은 인재를 구해도 1~2년 경력만 쌓고 수도권 VC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VC에 대한 지역 내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한몫 한다. 지역 대학에 인재 추천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교수나 담당자들이 갖고 있는 VC에 대한 인식이 2~3금융 수준이었다. 수도권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VC에 대한 온도차가 크다.

▶조 대표='지역에 투자할 만한 기업이 있는가'라는 인식이 가장 힘들다. 일반 LP 사이에서 '지역벤처펀드는 수익율이 낮다'라는 편견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지역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아울러 지역 투자를 이끌 블라인드 펀드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수도권 쏠림이 심한 벤처투자업계에서 지역혁신 벤처모펀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한 대표=벤처투자 혹한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거의 5000억원에 달하는 지역벤처펀드를 만들어 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벤처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는데 지역혁신 벤처모펀드는 이런 움직임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열악한 지역 벤처투자 환경을 배려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통상 모태펀드 출자 비중은 50~60%인데 반해 지역혁신 벤처모펀드는 출자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아 부담이 덜하다.

▶노 부장=BNK그룹에서도 지역 투자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모든 펀드를 자체 결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한 지역 중심 펀드에 외부 LP들의 적극적인 출자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혁신 벤처모펀드는 지역 벤처투자 생태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지역벤처펀드 결성 이후 실제 지역 내 벤처·스타트업들의 시리즈A 이후 후속투자 유치가 용이해졌다. 지역혁신 벤처모펀드가 점 찍은 만큼 기업에 대한 신뢰도와 성장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조 대표=벤처투자에 대한 지자체의 재정과 인식은 여전히 약하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혁신 벤처모펀드는 지역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현재 지역벤처펀드는 각 지역별 구분없이 지역에만 투자하면 주목적 투자를 달성하도록 돼 있다. 주목적 투자를 각 지역으로 한정해 지역 내에서 연속성 있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지역 벤처투자가 더욱 활성화 되려면 어떤 개선사항이 필요한가.

▶노 부장=지역혁신 벤처모펀드 출자금만 타가는 '체리피커'들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벤처펀드를 운영하는 일부 VC들의 경우 투자사와 피투자사 모두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사만 세워놓고 상주 인력은 없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정성적인 부분도 GP 선정에 포함시켜 지속가능한 지역 벤처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조 대표=지역에 (VC) 본사를 두고 있어도 출자사업에서 추가 가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벤처투자는 가까이서 지속적인 스킨십으로 경영전반에 걸친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 본사를 둔 VC에게 추가 가점을 주는 등 지역 VC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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