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주택시장과 가계부채

머니투데이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 2023.10.16 03:33

[기고]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의 동조현상이 뚜렷하다. 그리고 이는 주택시장 전반에 걸쳐 금융시장 채널을 통해 변동성을 더욱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2021년에 지난 20년 이래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최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주택금융시장의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주택담보대출은 2023년 1/4분기말 1,018조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다. 그리고 전세대출은 2022년 말 기준 약 170조 원으로 최근 3년 사이 70% 가까이 증가했다. 전세대출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참고로, 2023년 1/4분기 말 가계부채는 1,854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5%(BIS 기준)로 OECD 31개 국가 중 4위에 해당한다. 다른 주요 선진국의 이 비율은 미국 76.9%, 영국 86.9%, 독일 56.8% 그리고 일본이 67.8%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적 부채라고 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의 규모인 약 1,000조 원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총 가계부채는 대략 3천조 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할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는 튼튼할까? 먼저 2022년 가계대출은 2017년에 비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말 대출 잔액 기준으로 변동금리 대출은 66.8%를 차지했으나 2022년 12월엔 76.4%로 9.6%p 늘었다. 신규대출 기준으로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017년 말 64.3%에서 2022년 말엔 75.3%로 11.0%p 증가했다. 변동금리 대출의 증가는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변동금리 대출을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대부분의 고정금리대출이 정부의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민간은행의 가계부채 질적 구조는 금융 불균형에 더욱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KDI는 10월 경제동향에서 현재 주택시장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그동안의 수요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8월 주택매매 가격은 수도권이 전월대비 0.15%에서 0.3%로 상승 폭이 다소 확대됐고 전세가격은 전월대비 -0.04%에서 0.15%로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여기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승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지속적인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매매가격의 상승과 전세가격의 동반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증가를 더욱 가속하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과 주택 관련 대출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에 민감하고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의 변화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채는 절대적인 수준에서, 많고 질적 구조 면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에 취약한 상황이다. 즉, 주택시장의 변동성 그리고 금융시장의 불균형 등은 가계부채와 연결되면서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8월 이후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동반 상승을 주의 깊게 점검하면서 선제적으로 정책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변동금리 중심에서 고정금리 중심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중심의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여나가고 민간은행 중심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금융 관련 거시건전성 정책(LTV, DTI, DSR)은 일관적인 가운데 규제의 목적을 주택시장 안정화가 아닌 금융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중심 이동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세시장이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전세대출에 대한 정책설계를 전면적으로 새로이 하여 서민과 주거 취약계층 중심으로 제도의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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