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투자자 돈 빨아먹던 셀리버리의 악몽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 2023.10.13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셀리버리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김원대 한국IR협의회 회장(왼쪽부터), 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김재철 코스닥협회 회장이 박수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2018.11.9/뉴스1
"내년엔 제2의 셀리버리가 여럿 나올지도 모릅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우려를 내놓았다. 올해 셀리버리는 바이오 투자자에겐 악몽과도 같았다. 회계법인의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셀리버리는 결국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여전히 주식 거래는 정지 상태다. 유동성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가 기준 셀리버리의 시가총액은 2449억원. 이 중 5만4533명인 개인투자자 몫은 204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투자원금은 얼마일까. 거래가 재개되지 못할 경우 막대한 투자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 3월 셀리버리의 거래정지는 안 그래도 차가운 바이오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바이오가 연구비와 판관비 등 비용만 지출하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대표적 사례다. 셀리버리의 거래정지로 "바이오 주식은 다 사기 아니냐"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 지금도 많은 바이오가 투자심리 악화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4분기에 접어들며 바이오 업계 현장에선 내년 초 제2의 셀리버리가 나올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셀리버리 감사의견 거절 배경엔 주가 하락에 따른 3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응 자금 부족 문제도 있다. 현재 여러 바이오가 2020~2021년 발행한 수백억원 규모 CB의 현금 상환 우려에 노출됐다.

올해 바이오 업계의 주요 이슈로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빼놓을 수 없다. 여러 바이오가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들에 손을 벌렸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하며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 주주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 생존을 위한 자금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주가는 폭락했을지언정 증자에 성공한 기업은 그나마 다행이다.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투자심리 악화로 유동성이 한계 상황까지 내몰린 바이오가 한둘이 아니다. 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바이오의 유동성 우려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바이오 투자자라면 재무건전성 지표를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기회는 왔다. 최근 전 세계적인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모처럼 바이오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고개를 든다. 비만치료제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럽 증시에서 노보노디스크가 명품 브랜드로 유명한 '루이뷔통'(루이뷔통모에헤네시, LVMH)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사건은 상징적이다. 바이오의 저력을 증명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비만치료제의 폭발적 인기와 시장의 환호는 바이오가 잠재력을 갖춘 유망한 미래산업이란 사실을 입증한다. 우리 기업들도 비만치료제뿐 아니라 항암제 등 영역에서 다양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리 기업 스스로 '바이오가 사기가 아니란 사실'이란 것을 증명해야 한다. 가능성이 낮거나 허황된 파이프라인으로 투자자의 돈만 빨아먹는 바이오가 또 나와선 안 된다. 업계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비판과 견제 등을 통한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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