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편든 빈 살만…'네옴시티' 참여 韓건설사들 초긴장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3.10.12 05:30
지난 7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네옴시티 서울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동의 봄'을 꿈꾸며 해외 건설 영토를 넓혀오던 국내 건설업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이라는 대형변수에 가로막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건설프로젝트 '네옴시티'에 참여 중인 건설사들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이 나오면서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국내 건설사들은 일단 몸을 사리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사우디 등의 구체적 움직임이 없어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직접적 타격이 없더라도 전쟁 여파로 인한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최근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미사일 공격을 실시했다. 이스라엘 민간인과 외국인 관광객 수백 명을 납치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보복공격으로 응수했다. 중동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내 건설사는 극소수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인접한 사우디와 이라크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주무대'다.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 6조5544억원 규모의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초대형 수주를 따냈다. 하반기에는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 등 수주를 노리고 있다. 1조4000억원 규모의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3조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업에도 입찰했다. 모두 따내면 수주액은 총 4조4000억원 늘어난다. 4조55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도 노리고 있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한화 건설 부문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사우디와 이라크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건수는 27건, 수주액은 74억973만달러다. 수주액 기준 지난해의 2배를 벌써 넘겼다.

사우디와 이라크 건설사업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사우디 네옴시티 스마트시티 사업 규모가 5000억달러, 이라크 항만개발·신도시 개발 등 재건산업 규모는 880억달러다. 이것만 더해도 한화로 800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건설사들의 이번 전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직 파악된 직접적 피해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에 파견된 현지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주변국까지 전선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빈살만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지지발언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추가적인 군사자산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는데, 사우디와 미국이 대립하는 구도가 펼쳐질 경우 미국의 우방인 한국의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직접적인 영향이 없더라도 중동 현지 사업 추진은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는 21일 예정된 한국경제인협회의 중동 경제사절단 방문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쟁에 따른 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도 건설업계에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특히 중동 내 건설과 관련한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유가 변동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와 금리에 미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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