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넷 포지티브 전략

머니투데이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 2023.10.13 02:03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넷제로(Net Zero)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제거량을 합했을 때 순배출량이 영(Zero)이 되는 것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담대한 목표치다. 이보다 더 나간 개념으로 '탄소 네거티브'란 용어도 있다. 탄소를 배출량 이상으로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들겠다는 과감한 개념이다. 이런 맥락에서 '넷포지티브'(Net Positive)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말은 유니레버를 10여년간 이끈 폴 폴먼회장의 최근 저서의 제목에서 유래한다. 성장을 추구하면서 사회, 환경,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경영전략을 의미한다.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를 통해 세상에 미치는 해악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순 긍정적' 영향을 창출해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겠다는 경영패러다임이다. ESG가 등장한 후 최근 들어 그린워싱, 공급망 불안과 경제여건 악화로 ESG 역풍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런 와중에 원점에서 새롭게 되짚어 볼 것들을 넷포지티브 경영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상생하는 새 패러다임인 넷포지티브 경영의 5가지 원칙을 살펴보자. 첫째, 기업은 모든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견지한다. 이런 자세여야만 최종 제품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둘째, 단년회계주의가 아닌 '장기적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장기적 안목과 명확한 도덕적 나침반을 지니고 있을 때만 확고해진다.

셋째,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수익을 안겨줘야 한다. 특정 이해관계자의 이익 극대화를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가 누릴 결과를 총체적으로 최적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금과옥조로 여겨온 주주가치 창출은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 기업운영의 '결과'가 돼야 한다. 다섯째, 시스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다른 회사·단체와 '열린 마음으로 협력'해야 한다. 다른 회사가 만든 방식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기꺼이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


대략 느껴지겠지만 어느 것 하나 조직문화로 내재화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원칙들이다. 기존 경영문화에서 벗어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폴먼 회장은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핵심자산으로 '신뢰', 특히 '투명성이 뒷받침되는 신뢰'를 언급했다. 이것이야말로 다중 이해관계자 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하게 하는 윤활유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이런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공유와 공개', 그리고 '지역사회의 요구'를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유니레버는 십수 년 전부터 그들의 지속가능보고서인 USLP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리고 고객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다각적으로 공개해왔다. 제품라벨에 '향기'로 표시되는 성분을 공개하고 제품의 탄소발자국도 제품포장에 공개했는데 그 수가 무려 7만개 이상이라고 한다. 결국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담대한 전략이 넷포지티브 경영이므로 이를 통해 ESG의 본질을 다시금 새겨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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