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잡았다하면 중국발…"20만원 그 옷 여기선 2만원" 당당한 알리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정인지 기자, 조한송 기자 | 2023.10.10 07:00

[MT리포트]알리發 짝퉁의 습격(上)

편집자주 |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의 공습이 거세다. 알리익스프레스, 타오바오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한 직접 구매(직구) 규모는 올 상반기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2조원 돌파는 시간 문제다. 중국 직구의 급증 이면엔 짝퉁의 유통 문제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짝퉁'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짝퉁이 국내에 반입된 이후 적발하는 것 뿐이다. 알리발 짝퉁 유통 실태를 짚어보고 우리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봤다.



짝퉁 99.7%가 중국發…정부, '알리' 짝퉁판매 실태조사 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침해상품, 이른바 '짝퉁' 유통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그동안 국내 오픈마켓 운영 사업자 대상으로만 실시하던 것을 해외 사업자로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관세청 관계자는 9일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이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해서도 부정수입물품 판매실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2020년부터 쿠팡,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8개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해 온라인 부정수입물품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왔다. 올해는 대상을 15개 업체로 확대해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식품위생법, 수입식품법 등 요건을 구비하지 않은 상품의 유통이 늘면서다. 관세청을 올 상반기에만 약 200만점, 300억원 상당의 부정수입물품을 적발했다.

짝퉁이 늘어도 오픈마켓 사업자는 거래 당사자 간 알선을 대가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통신판매 중개자가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만 고지하면 짝퉁 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짝퉁 판매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셀러)에게 있다.

이같은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세청은 △통신판매중개사업자(오픈마켓)가 부정 수입 유통 방지를 위한 인력과 기술, 검증체계를 제대로 갖췄는지 △부정 거래 내역을 발견했을 시 판매 중지, 거래취소, 환불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등의 실태조사를 실시해왔다. 사실상 오픈마켓에도 관리책임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짝퉁 유통 문제는 국내 오픈마켓의 문제로만 여겨왔으나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해외 오픈마켓이 짝퉁 유통의 주요 창구로 지목되고 있다. 일례로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명품 가방은 물론 가전제품, 골프용품, 골프의류 등 종류와 분야를 망라하고 짝퉁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나 타오바오, 아마존과 같은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는 관세청 실태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사실상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도 국내법이 효력을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알리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한 중국 직접 구매(직구) 규모는 2017년 258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조 4024억원으로 늘어났다. 짝퉁의 국내 반입 적발 건수도 그만큼 늘었다. 지난해에만 관세청의 특송화물 목록통관 검사에서 6만2326건이 적발됐다. 그 중 99.7%는 중국발이다.

관세청은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만큼 해외 오픈마켓을 통한 짝퉁 반입도 늘고 있다고 보고 내년부터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도 부정수입물품 판매 실태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알리와 같은 해외 온라인쇼핑몰을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사업자로 보고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관세청의 고민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 부분은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늦어도 내년 조사부터는 해외 오픈마켓도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입은 20만원대 후드티, 알리선 2만원에...'짝퉁천국' 제재 힘든 이유




IAB STUDIO 디자이너 김한준의 인스타그램 캡쳐(좌)와 알리익스프레스 캡쳐
중국 직구 규모가 커지면서 짝퉁 판매도 심각해지고 있다. 명품 뿐만 아니라 게임기 등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가품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 e커머스들은 짝퉁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자체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 기업이다보니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찌,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를 검색하면 이를 모방한 티셔츠, 시계, 허리띠 등의 패션잡화가 뜬다.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상표를 다르게 한 제품들도 많다. 샤넬은 CAHEL, GUCCI는 GXD, 코치는 COMAH, 마이클코어스는 MKJ 등이다. 가격은 2만원에서 14만원까지 다양하다.


국내 패션 브랜드를 따라 한 제품들은 보다 당당하다. 래퍼 빈지노가 만든 패션 브랜드인 IAB STUDIO 후드티는 국내에서는 20만원대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입어 화제가 되기도 한 IAB STUDIO는 올 1~8월 가장 많이 적발된 위조 상품 브랜드(총 9386점)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국내 브랜드인 아이더, 디스커버리, 빈폴, 헤지스 등이 로고를 바꾸지 않은 채 2만원대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짝퉁 문제는 브랜드가 판매자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데, 해외 플랫폼에 행정적으로 대항하려면 비용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브랜드야 단속할 여력이 있겠지만 국내 브랜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단 패션에 그치지 않는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는 게임스테이션5라는 이름으로 약 2만6000원에 팔린다. 국내 공식 스토어에서 팔리는 가격은 약 55만원이다. GS5의 크기는 PS5의 약 4분의 1수준으로 PS5의 게임칩을 사용할 수는 없다. 설명에는 게임이 내장돼 있다고 적혀있다. 60만~70만원대 다이슨 에어랩도 3만원에, 40만~50만원대 헤어드라이어는 1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화 노력이 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침해 상품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특수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했다"며 "셀러가 제품을 올릴 때부터 가품 및 IP(지적재산권) 침범 여부를 1차 필터링하고 이후 위반의 심각성에 따라 스토어의 계정 폐쇄 등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공개한 '국제거래 소비자 이용 및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 거래 사이트 중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피해 경험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해외 직접구매 경험자 221명에게 최근 1년 이내 가장 많이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단수응답)을 질문한 결과 알리익스프레스로 응답한 사람은 63명(28.5%)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 경험도 알리익스프레스가 31명으로 1위였다. 가장 큰 피해 이유는 '주문제품과 다른 제품 수령'(26명, 51.0%)이었다. 구매자 중에는 짝퉁인 걸 알면서도 사는 소비자들도 많아 불만을 표시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e커머스들도 오픈 마켓의 경우 전자상거래법상 제품 하자에 대한 법적 책임은 거의 없지만 각자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짝퉁 방지를 위한 자체 규정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짝퉁 판매 시 플랫폼에도 책임을 묻는 법안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런 법이 생기더라도 해외 기업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이 쉬워 제재하더라도 또 다른 짝퉁 판매 업체가 입점할 수 있다"며 "플랫폼이 짝퉁을 100% 걸러내긴 힘들지만 사회적 책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해외 기업과 법적 역차별까지 받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커튼 사려 했는데 추천 검색어에 낯 뜨거운 단어가... 中 플랫폼의 습격




알리익스프레스 검색창 화면 갈무리
국내 오픈마켓과 달리 관리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계 직구 플랫폼의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품 논란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선정적이고 유해한 상품 판매 및 광고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성인 인증을 거치 않고도 상품이 무작위로 노출돼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상업용 상품 판매 및 광고 선전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별다른 로그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성인용품이 추천 상품으로 뜨는가 하면 남성 성기능장애 개선 식품, 이른바 비아그라 등이 불법 판매되면서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1정당 1만 원 이상에 구입해야 한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로그인 과정 없이 검색창을 누르면 선정적인 추천 검색어가 뜬다. '안고자는 인형 성인용' '일본 여자 속옷' '욕망핫걸' 등이다. 해당 추천 검색어를 누르면 성인 인증 페이지로 넘어간다. 하지만 별다른 휴대전화 인증 과정 등을 거치지 않고 단순 '성인 인증' 버튼만 누르면 곧이어 상품 목록과 구매 페이지로 넘어간다. 국내 오픈마켓에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발기부전 치료제 역시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초소형 카메라, 레이저 조준 새총 등 범죄에 활용될 수 있는 상품도 메인 페이지에 무작위로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 등에 따르면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온라인쇼핑몰에 그대로 노출될 수 없다. 유해 문구나 로고를 표시하고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반한 국내 쇼핑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성가족부의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이 때문에 국내 오픈마켓의 경우 로그인이 돼 있더라도 별도의 휴대전화 인증 등을 통해 성인 인증 과정을 거쳐야만 상세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해외 직구 플랫폼 등은 허술한 조치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해외 오픈마켓 플랫폼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사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거래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적극적인 광고와 '5일 무료 배송' 등 서비스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수는 지난 7월 기준 476만명으로 1년 사이 215만명이 급증했다. 이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종합쇼핑몰 앱 중 쿠팡(2908만명), 11번가(904만명), G마켓(636만명)에 이어 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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