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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동 정책 핵심'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급제동━
그러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 논의도 급제동이 걸렸다.
워싱턴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AFSI)의 후세인 이비쉬 수석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하마스는 말 그대로 판에 폭탄을 던진 것"이라면서 "하마스의 목표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사우디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조치를 취하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확전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하마스 공격은 "이스라엘의 영토 점령과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당한 권리 박탈에 따른 결과"라며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안 그래도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인정을 요구하던 터다.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보유하고 매년 수백만명의 무슬림 순례객을 맞이하는 사우디에게 팔레스타인 이슈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게 WSJ의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내 이스라엘과 아랍국 관계 정상화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팔레스타인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추가 대화는 당분간 진전되기 어렵다는 게 많은 외교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충격적인 기습을 당한 이스라엘 쪽에서도 강경파를 중심으로 아랍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양보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 전에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려던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는 분쟁이 길어질수록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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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배후설...바이든의 이란 정책이 하마스 공격 불렀다?━
실제로 이란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에 날선 반응을 보여왔다. 일각선 이번 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이란은 하마스 공격을 지지하면서 다른 아랍권 형제국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 야당 공화당은 당장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 유화 정책이 하마스 공격을 불렀다며 정치적 공세에 나섰다. 바이든 정부가 이란에 붙잡힌 미국인 석방 대가로 이란에 동결된 석유 수출대금을 해제한 게 이번 공격에 쓰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맞불을 것으로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한 지도자 탓에 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최근 동결 해제된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60억달러가 하마스의 공격 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정부는 다른 아랍국 포섭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평화 협상을 맺은 아랍국 외교장관들과 통화하고 하마스 침공 규탄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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