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집시재즈의 거장' 비렐리 라그렌, "집시는 내 방대한 재즈의 한 부분일 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 2023.10.06 18:12

[김고금평의 열화일기] 8일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무대서 첫 내한공연…"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다양한 재즈 들려줄 것"

오는 8일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헤드라이너로 첫 내한공연을 펼치는 집시재즈 기타의 거장 비렐리 라그렌. /사진=유튜브 캡처

집시재즈 기타 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이들이라면, 그 경이로운 연주에 감탄사를 쏟을 수밖에 없다. 벨기에 출신 장고 라인하르트로부터 시작해 프랑스 뮤지션들의 독창적 연주 스타일로 굳어진 마누슈(manouche, 집시재즈)는 화재로 두 손가락밖에 쓸 수 없었던 장고의 경이로운 연주를 다섯 손가락 연주자들의 더 경이로운 연주로 재해석돼 '아트'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연주 자체가 신비롭고 경이롭고 충격적이다.

통기타나 어쿠스틱 기타와 달리, 집시재즈 기타는 바디 구멍(hole)이 작아 소리를 최대한 건조하게 만들어 울리는 소리를 막는 데다(속주에 유리한 구성과 구조), 집시재즈용 피크가 두껍고 단단해 연주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재즈기타리스트 사자(SAZA) 최우준은 "이런 연주는 기타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까지 말했을 정도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집시재즈 페스티벌에는 팀장처럼 무대를 이끄는 비렐리 라그렌(Bireli Lagrene·57)을 위시해 안젤로 드바(Angelo Debarre), 지미 로전버그(Jimmy Rosenberg) 같은 집시재즈 거장들이 모여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연주의 세계를 바통처럼 이어받으며 진풍경을 연출한다.

집시재즈는 재즈의 난해한 코드인 9도, 11도, 13도 음을 주로 쓰지만, 주요 음계가 단조(마이너)로 시작하고 리듬이 쿵짝 쿵짝하는 쉬운 리듬으로 일관해 우리나라 트로트 곡과 유사하다. '세련된 트로트'를 연주로 듣는 느낌이다.

연주자들 대부분 어려운 리듬 코드를 재빨리 번갈아 연주하거나 솔로잉을 속주로 연주하는 패턴이 집시재즈의 핵심인데,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지미는 아주 기본적이고 탄탄한 연주를 선보이고, 안젤로는 연주자 중 가장 빠르고 리드미컬하게 연주하는 독보적인 천재로 평가받는다. 비렐리는 연주의 기교보다 그 음이 지닌 감정이나 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편이다. 그의 연주는 구성에서나 마디에서 늘 어떤 '사연'이 있고 그래야 할 '이유'가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서사적이다.

무엇보다 비렐리는 다른 집시재즈 연주자와 달리, 하나의 장르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그는 집시재즈 연주 공백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재즈' 스타일을 흡수했고 심지어 베이스의 영웅인 자코 파스토리우스에게 사사해 특출한 베이스 연주 실력을 과사하기도 했다. 전설적인 록그룹 '크림'의 일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국내 전통음악과 유사하지만, 국내에선 좀처럼 낯선 장르로 평가받는 집시재즈의 거장 비렐리 라그렌이 처음 한국을 찾는다. 6~9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일대에서 열리는 '제20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통해서다. 그는 오는 8일 오후 8시 10분 헤드라이너로 출연해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오랜 파트너인 재즈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협연한다. 빠르고 단단한 연주부터 달콤한 분위기의 재즈까지 두루 선보일 비렐리 라그렌과 e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비렐리 라그렌은 집시재즈로 시작했지만, 스무드, 쿨 등 미국 재즈와도 긴밀한 협연과 인연을 통해 전방위적 재즈를 구사한다. 사진은 집시재즈 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근황과 이번 첫 내한 무대에서의 공연 방향을 알려준다면.

"지난달 29일 프랑스에서 새 음반을 발표했다. 부대 프로젝트인데, 룰루 가스떼(LouLou Gaste·프랑스 작곡가)를 기리는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새 음반을 준비하고 있는데, 추후 자세한 사항을 말씀 드리겠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된 것은 너무 영광이다. 공연은 '모든 것의 무대'가 될 것이다. 나는 집시재즈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더 훨씬 더 폭넓은 기타리스트이고 많은 종류의 재즈를 연주해왔다. 집시와 집시 프로젝트는 내 인생의 오랜 경력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4, 5세 때 기타를 처음 잡은 걸로 아는데, 수많은 음악 중에 집시재즈에 관심을 특별히 둔 이유는.

"아버지도 형도 모두 연주를 해서 우리 집은 항상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집시는 집에서 연주하는 음악으로 당연히 여겼기에 그 스타일을 재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집시즈재는 다른 연주와 달리, 까다롭고 어려운 걸로 평가받는데, 어떻게 재미있게(?) 연습하고 힘든 과정을 극복했나.

"사실 나는 연습을 잘 안 한다. 여행도 다니고 연주도 많이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항상 바쁘게 '연습'을 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타랑 굉장히 재미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내가 기타 옆으로 지나가면서 '그'에게 "나 연주할래?"하고 물어보는데, 가끔 그가 "좋아"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싫어"라고 할 때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기타 옆에서 걸으며 "(내가) 연주할까?"라고 물으면 역시 "좋아"라고 할 때도 있고 "싫어"라고 답할 때도 있다.

-집시재즈 연주자들은 스타일이 대부분 비슷한데, 당신은 다양한 스타일이 녹아있다. 호기심이 많아서인가, 도전적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자연스러운 기질에 기인한 것인가?

"좋은 질문이긴 한데, 앞서 언급한 대로 나는 집시연주자로 국한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껏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많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연주하고 녹음하고 공연했다."


-미국 재즈를 접하면서 일렉트릭 기타에 빠지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음악적 성과가 있다면.

"특별히 그렇지는 않다. 일렉트릭 기타는 음악가와 기타리스트로서의 다재다능함의 또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항상 모든 재즈 음악을 사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나는 정말 일렉트릭을 즐기고 있고 그것이 다음 음반의 중심이 될 것이다."

-실뱅 뤽(Sylvain Luc)과 협연한 음반 'Duet'은 다양한 재즈와 팝의 세계가 깊고 넓게 펼쳐져 있다. 재즈는 늘 다른 사람과의 협연으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는데, 이유가 있다면.

"우선 그 음반에 대해 칭찬해줘서 감사하다. 실뱅은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가진 놀라운 기타 연주자다. 내가 그와 함께 연주할 때 모든 것이 열려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항상 다른 방향으로 간다. 재즈 음악가에게는 특히 어떤 악기를 연주하든 상관없이 협업이 중요하다. 재즈는 즉흥성이 많은 음악이고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할 때 확장하고 실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오는 8일 메인 무대서 협연하는 비렐리 라그렌(오른쪽)과 울프 바케니우스. /사진=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이번 무대에서 협연하는 울프 바케니우스는 집시 스타일이 아닌데 어떤 화합으로 무대를 이끌 계획인가.

"나는 울프와 함께 연주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우리는 같지도 않고 같은 스타일을 연주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집시를 연주하지 않더라도 울프와 음악적으로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이기 때문에 이번 8일 콘서트에서는 집시가 아닌 재즈 음악이 섞여 있을 것이고, 여러분이 들어본 적이 없는 콘서트가 될 것이다."

-당신의 연주 스타일은 기교 자체보다 표현과 해석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설명한다면.

"기타 연주자로서는 힘들긴 하지만, 가수가 어떻게 노래 부를 것인가를 본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내 연주도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적어도 노래의 멜로디 부분을 통해 그 가수의 가창 스타일(그것이 어떤 해석이든 표현이든 메시지이든)을 본받으려고 한다."

-당신 다큐 영상을 보니, 인터뷰에서 "나는 다른 음악가들처럼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더 들어볼 수 있나.

"해석에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주로 언급한 것은 내가 연주하는 모든 스타일과 함께 연주했던 모든 음악가들이 내게 영감을 줬다는 의미로 쓴 것이다."

-장고 라인하르트의 아들이 당신 연주에 대해 "아빠보다 낫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소감이 어땠나.

"너무 영광스럽지만, 사실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평가다. 장고가 내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데. 기타 연주와 음악 스타일을 창안한 주인공인데, 어떻게 하면 내가 그보다 연주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절대로 원작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기타 초보자, 당신처럼 더 잘 연주하고 싶어하는 사람, 집시재즈 같은 특별한 장르를 탐색하고 싶은 이들에게 줄 팁이 있다면.

"내가 비록 연습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수업 초반에는 연습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곡조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집에서 연습하고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연습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 그게 음악을 연주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의 전체적인 생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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