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정보통신망법 소관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발의한 댓글국적표기법에 대해 서로 담당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방통위는 개정안의 '과기정통부 장관 자료제출' 규정 등을 들어 "소관부처는 과기정통부"라고 밝혔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개정안은 이용자가 무의식적으로 특정 이념·입장을 강요받는 것을 방지하는 이용자보호 업무로 방통위 소관"이라고 반박했다.
두 부처 모두 댓글국적표기법을 담당하지 않겠다고 손사레 친 셈이지만, 다섯 달 만에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김 대표가 과거 관련 법(댓글국적표기법)을 발의했지만, 여야가 진영논리에 빠져 계류 중"이라며 "정치권에서 지혜를 모아 긴급 입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정보통신망법 개정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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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발 여론조작 방지" VS "현실적으로 불가능"━
반대편에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엔 익명·가명으로 자기 생각과 견해를 표명·전파할 자유도 포함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정부와 사기업의 인터넷 공론장 감시를 부추기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사업자 역시 이용자 접속장소 파악에 막대한 시간·비용이 드는 데다, VPN(가상사설망)으로 우회접속 하는 경우 이용자가 국적까지 조정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2012년 위헌결정을 받은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인터넷실명제 역시 이번 개정안처럼 수범대상을 '일평균이용자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정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용자수 산정 기준과 정확성이 불분명해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며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건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과 동일한 요건인 만큼 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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