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반란…영원하던 다이아몬드 깨졌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 2023.10.07 10:00

[원자재로 살아남기]값싼 실험실 다이아 돌풍에 천연 다이아 '주춤'

편집자주 |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 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

영원할 것만 같았던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실험실에서 나온 값싼 이단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6일 다이아몬드 시장조사업체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글로벌 다이아몬드 원석 주간 가격지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153.5로 1년 내 최저가를 기록했다.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2007년 12월 가격을 100으로 놓고 산정한 것으로 올해 고점인 지난 3월4일(185.8)에 비해 약 16.5% 빠졌다.

경기침체로 천연 다이아몬드가 외면받고 값싼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찾는 수요층이 늘어난 여파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길러진 다이아몬드란 뜻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갖고 있다. 육안으로도 구별되지 않는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본래 공업용으로 만들어졌지만 기술력이 발전해 주얼리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때문에 현재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대체재로 각광받는다. 최근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가격 하락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단 골란 다이아몬드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2020년 1월 1캐럿의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소매가격이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35% 밖에 싸지 않았지만 현재는 76%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고 말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각종 윤리, 환경 문제 등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주로 시에라리온, 보츠나와 등 아프리카 국가에 매립돼 있다. 일부 분쟁 지역에선 어린 아이들을 착취해 다이아몬드를 채굴했고 이를 비싸게 팔아 군사적 자금으로 활용했다. 때문에 '블러드 다이아몬드'란 오명을 쓰게 됐다. 반대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제작되기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글로벌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16년 10억달러에서 지난해 12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향후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다이아몬드 업체들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판매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다이아몬드 브랜드 기업인 드비어스(De Beers)가 2018년 값싼 다이아몬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시장 재편을 위한 치킨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원석별로 가치가 각각 다르다. 때문에 다이아몬드 관련 투자상품은 현재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다이아몬드 펀드운용사인 다이아몬드서클캐피털이 2008년 영국 증시에 다이아몬드 관련 펀드를 상장했지만 5년 만에 청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 안에 다이아몬드 관련 투자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기업인 다이아몬드스탠더드가 다이아몬드 선물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엔 다이아몬드 가격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다이아몬드 현물거래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달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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