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훌쩍' 알레르기로 고생한다면…이 시간엔 환기 피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10.05 15:44

[정심교의 내몸읽기]

제법 쌀쌀해진 요즘 콧물·재채기 같은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흔히 '알레르기' 하면 꽃가루가 많이 날리고 일교차가 큰 봄에 가장 흔할 것으로 여기지만, 알고 보면 연중 가을에 알레르기 환자가 가장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알레르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1304만1855명 가운데 4월엔 243만7071명이었지만 9월엔 258만555명으로 더 많았다.

알레르기질환의 주요 증상은 눈이 가렵거나, 붓고 충혈되는 결막염, 코 증상으로 콧물·재채기·코막힘 등의 비염 증상이 생기며, 보통 오전에 더 심하다. 전신에 열감, 피로감, 전신 통증 등 몸살감기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이를 '건초열'이라고 부른다. 기관지 증상으로는 기침, 가래, 가슴 답답함, 심하면 천명음(쌕쌕거림), 호흡곤란까지 보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유독 가을에 나타난다면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가을 알레르기의 유발 요인은 봄과 다른 경우가 많다. 봄엔 알레르기가 없다가도 가을만 되면 코를 훌쩍일 수 있단 얘기다. 가을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별 대처법을 알아본다.




잡초류 꽃가루 + 미세먼지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날리는 꽃가루는 봄과 다르다. 그래서 알레르기 원인 식물도 다를 수밖에 없다. 봄에 참나무·자작나무·오리나무의 꽃가루가, 가을에는 환삼덩굴·돼지풀·쑥 등 잡초류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공기 속을 둥둥 떠다닌다. 이들 꽃가루에 반응하는 사람에게 한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

꽃가루는 지름이 20~40㎛에 불과해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코·입·피부에 들어가거나 닿으면 이들 환자에겐 알레르기성 비염·결막염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일부 꽃가루는 수백㎞까지 날아갈 정도로 멀리 이동한다. 바람을 탄 꽃가루는 집 안까지 침입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과거보다 꽃가루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미세먼지·온실가스 등 공해 물질이 식물을 자극해 광합성이 활발해지고 꽃가루를 더 많이 뿜어내서다. 게다가 공해 물질 자체가 꽃가루와 뭉쳐 알레르기 환자를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

가을에 알레르기 증상이 유독 심해진다면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꽃가루인지 확인해야 한다.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려면 원인물질인 항원부터 파악해야 한다. 항원을 찾는 방법에는 혈액검사와 피부반응검사가 있다. 혈액검사는 두 종류로 여러 종류의 알레르기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MAST'와 몇 가지 의심되는 특정 항원을 선택해서 검사하는 'ImmunCAP' 방식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MAST 검사를 시행하지만, 특이도가 높은 ImmunoCAP 검사를 하면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피부반응검사는 피부에 소량의 원인물질을 주입해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면역치료의 대상이 되는 항원을 찾거나 면역치료의 효과를 판정하기 위해 시행한다.

알레르기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피부 단자시험이나 채혈을 통한 혈청 특이 IgE 항체 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홈페이지에서 알레르기 전문병원을 검색할 수 있다. 알레르기 원인이 꽃가루로 진단되면 가장 좋은 건 피하는 것이다. 이런 환자는 아침에 실내를 환기하거나 조깅하는 건 피해야 한다. 식물은 동이 트는 오전 5~10시에 꽃가루를 가장 많이 만들어 뿜어내서다. 환기·조깅은 퇴근 후, 방과 후, 점심시간 이후의 시간대를 선택하는 게 좋다.

꽃가루는 야외에서 옷에 묻었다가 귀가 후 옷을 통해 환자에게 접촉할 수 있다. 외출 후 집에 들어가기 전 옷을 깨끗이 털어낸다. 차에 타기 전 충분히 환기한다. 마스크 착용은 가장 손쉬운 회피 요법이다. 계절성 알레르기의 경우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거나, 3~5년간 피하 면역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건조하고 큰 일교차


요즘처럼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벌어지는 가을철엔 겨울이 다가오면서 평균 온도도 떨어진다. 찬 바람이 불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이런 환경적 요인은 알레르기 환자에겐 증상을 더 악화할 수 있다. 코는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를 깨끗하게 거르고 그 공기를 폐가 좋아하는 온도(32도)와 습도(70~80%)로 조절하는데, 일교차가 크고 건조하면 코의 조절 기능이 떨어져 알레르기 비염과 다양한 중증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코는 외부 유해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콧물 등을 분비해야 하는데, 일교차가 크고 날이 추워지면 코점막이 건조해진다. 이런 이유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콧속이 장시간 건조하면 알레르겐에 대한 과민 반응이 심해져 알레르기성 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마신 공기의 찬 온도, 건조한 습도가 그대로 폐로 전달돼 기관지 세포가 손상되는 등 기관지 기능이 떨어지고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미 기관지 천식이 있거나 COPD를 앓던 환자가 큰 일교차와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면 기저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실내 습도는 60%를 유지하며, 코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면서 식염수로 콧속을 하루에 여러 번 헹궈낸다. 콧물이 심해 닦아내더라도 그 직후 식염수로 코를 헹궈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외출할 땐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큰 일교차에도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집먼지진드기


집먼지진드기가 연중 봄에 많을 것이라 여겼다면 오산이다. 집먼지진드기는 덥고 습한 여름에 알을 가장 많이 낳는데, 두 달 지난 가을에 가장 많은 개체 수를 기록한다"고 언급했다. 진드기의 생존 기간은 2~4개월인데다 습도 65~80%, 온도 20~30도에서 번식을 잘해서다. 똑같은 실내 환경에서 유독 가을에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 이유다.

이런 경우 집 안 대청소는 연중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초가을에 침구류를 갈고, 기존 침구류는 뜨거운 물에 삶아 집먼지진드기를 죽이는 게 권장된다. 이런 환자는 혀 밑에 약물을 투여하는 설하 면역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구강알레르기증후군


특정 과일·채소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이라고 한다. 예컨대 가을에 바나나·수박·멜론·마늘·양파·오이 등을 먹고 나서 입술이 붓거나 입 주변, 목구멍이 가렵고 소화불량·메스꺼움·두통 등 증상이 나타난다면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일 수 있다. 이 증후군은 특정 음식을 먹은 후 음식과 접촉한 부위에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이들 환자의 상당수가 꽃가루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이는 꽃가루의 알레르기 유발 펩타이드(아미노산 결합체)와 비슷한 펩타이드가 특정 음식에도 들어 있어서다. 해외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70~90%에서, 국내에는 30~40%에서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을 동반한다.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 식물인 돼지풀은 참외·멜론·수박·바나나·캔털로프멜론·오이·쥬키니호박과, 가을철 산쑥은 셀러리·후추·마늘·양파와 펩타이드가 비슷하다.

가을철 꽃가루로 이미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상태에서 이들 음식을 먹을 경우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환자 일부에서는 가을철 해당 음식을 먹고 전신 증상이나 심한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다. 해당 음식을 날것으로 먹지 말고 익혀 먹으면 알레르기 증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했다면 에피네프린 주사액을 상시 들고 다녔다가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허벅지에 투약해 1차 응급조치를 취한 후 119를 불러야 한다.

Tip. 알레르기 증상 뿌리째 뽑으려면 면역치료를
알레르기 증상 대부분은 약물로 조절할 수 있다. 증상 조절 외에 근본적인 치료를 원한다면 면역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면역치료는 항원을 소량부터 조금씩 늘려 주입해 내 몸이 천천히 항원에 둔감해져 결국 증상의 호전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백신과 비슷한 개념이다. 눈·코뿐만 아니라 전신 증상이 심하거나 기관지 증상까지 있다면 면역치료를 받는 게 권장된다. 몸의 면역 체계가 바뀌는 데는 3~5년이 걸린다. 면역치료는 팔에 주사를 맞는 피하 면역치료, 혀 밑에 약물을 투여하는 설하 면역치료로 구분된다.

도움말= 오재원(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안진 교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동규 교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이소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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