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일냈다… '7조원' 글로벌 블록버스터 성큼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 2023.10.04 15:59

렉라자 병용요법, 타그리소 단독 투여와 비교해 효과 개선
오는 23일 유럽종양학회에서 임상 데이터 공개
시장 기대감에 유한양행 주가 1달 새 13%↑

유한양행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연 7조원 규모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에 더 가까워졌다. 존슨앤드존슨(J&J)의 폐암 치료제와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경쟁약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현재 글로벌 표준 약제인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비교해 환자의 암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했다. 오는 23일 글로벌 학회에서 자세한 데이터 발표가 예정돼 있어 시장의 기대감도 커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파트너사이자 글로벌 제약사인 J&J은 지난달 28일 렉라자 병용요법의 3상 임상시험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MARIPOSA'라 불리는 이 시험은 유한양행 렉라자와 J&J의 '리브리반트'를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의 첫 치료에 함께 투여해 효과를 알아본다.

구체적으로 1074명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국소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투여와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비교했다.

J&J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 투여와 비교해 환자의 PFS(무진행생존기간)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PFS는 암 진행의 악화 없이 암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이다. 항암제 효과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발표가 추석 연휴에 이뤄져 한국에서는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J&J 발표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현재 전 세계 EGFR 폐암 환자의 1차 치료 표준인 타그리소 지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J&J은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 치료에서 두 약제 조합이 미래의 치료 기준이 될 잠재력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경쟁약인 타그리소의 최근 임상시험 결과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도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타그리소와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의 임상 데이터가 공개됐다. 폐암 환자의 PFS를 9개월 연장했지만 안전성에서는 우려가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앞서 J&J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조합이 2025년 연 매출 최대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MARIPOSA 임상시험의 자세한 데이터는 오는 23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다. 오는 16일에는 연구의 초록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는 렉라자 단독요법만 투여한 환자군의 데이터도 포함된다. 직접 비교가 아니라 우열을 판단하긴 어렵지만 타그리소 대비 렉라자의 효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다.

학회 발표 이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곧바로 신약 승인을 신청한다면 내년 3분기에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령과 시판허가 후 로열티 등으로 수혜를 볼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2018년 렉라자를 J&J에 12억55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를 받고 기술이전했다. 지금까지 선급금 5000만달러와 마일스톤 1억달러를 수령했다. 수령하지 못한 11억5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의 마일스톤은 추후 렉라자 원개발사인 오스코텍과 나눠 갖는다.

유한양행은 현재 900억원을 들여 자회사 유한화학의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연말 완공이 예상된다. 유한화학은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글로벌 시판허가 이후의 렉라자 위탁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국내에서 렉라자가 폐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유한양행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미국 FDA 승인에 따른 마일스톤과 매출 로열티 유입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 기대감에 유한양행 주가는 올해에만 40% 이상 올랐다. 최근 1달간 12.06% 올랐다. 이날 유한양행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22% 오른 7만90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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