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원가+물류비' 부담 늘었다...맥주값 인상 본격화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23.10.04 13:56
오비맥주 카스 프레시. /사진제공=오비맥주

올해 초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으로 인상을 보류한 오비맥주가 약 8개월만에 결국 가격인상을 단행한다. 원가부담과 물류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돼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이트진로 등 다른 주류사로 가격인상 바람이 이어질지 관심이다.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한다. 오비맥주는 환율이 지속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가 증가하면서 제품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맥주의 핵심 원료 맥아 가격은 지난해 전년(2021년) 대비 48% 급등했고 공장가동과 제품물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원유가격도 38%가 올랐다. 원부자재 수입 위주의 산업특성상 급격한 환율상승도 재무적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오비맥주는 다만 가정용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ml 캔 제품은 현행 가격을 유지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입 위주의 산업특성상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용압박이 계속 증가해 왔다"며 "전반적인 물가불안 상황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주류 배송트럭에서 배송관계자가 음식점에 주류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은 하이트진로 등 주류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맥주 회사의 비용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맥주 출고가격은 업계 1위 오비맥주가 인상하면 다른 곳이 동반 인상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오비맥주가 출고가를 평균 7.7% 올리자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도 각각 7.7%와 8.2%을 인상했다.

특히 소주와 달리 종량세가 적용되는 맥주는 전년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매년 주세 부담이 증가한다. 지난 4월 기준 맥주 1리터당 주세는 전년보다 30.5원 오른 885.7원이다.


세금 인상 때문에 올해 초 주류사들은 가격 인상 계획을 세웠지만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세금 인상을 떠안고 가격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그 결과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맥주부문 영업이익은 213억원 흑자였으나 올해 상반기 14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영향으로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1205억원에서 506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비상장사인 오비맥주의 경우 분기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맥주 주력 회사여서 이익 감소가 뚜렷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오비맥주의 가격인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상 논의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격인상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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