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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이 "마약범 잡아가세요" 112 신고…도망가도 못 잡는다━
◇대마 재배기구 놔두고 온 경찰…마약투약자 도망가도 못잡는 검찰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단순 마약투약·소지에 대한 검찰 수사권이 제한되면서 현장에서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마약수사 검찰의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가 성폭력 사건 수사를 하다 피의자가 집에서 대마초를 직접 키워 재배하는 것을 적발한 사례가 있었다. 수사팀은 재배기구나 대마 씨앗 등은 내버려 두고 화분에서 뽑은 대마를 압수물로 처리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로 인해 피의자가 대마씨나 재배기구를 어디서 구입했는지, 기구 분석을 통해 과거 어느 시점부터 대마를 재배했는지 등을 수사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결국 검찰이 기구를 압수하는 등 사건을 재수사했고 대마가 재벌3세 등에게 판매된 사실을 파악해 관련 일당들을 적발했다.
검찰이 밀수현장을 적발하는 중에 단순투약범을 잡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경찰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8월 서울남부지검 마약수사관들은 필로폰 밀수·유통 총책의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서 필로폰 투약도구를 소지한 외국인으로부터 필로폰 투약사실을 자백받았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어 112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외국인을 긴급체포했다.
당시 피의자가 마약투약 현행범이 아니었기 때문에 체포하지 못하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감시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피의자가 도망치더라도 검찰수사관이 물리력을 행사해 제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촉법소년 마약사범 폭증…열악한 예방교육 인프라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마약접근성을 낮추는 일이 최고의 예방책이라 강조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청소년 마약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마약범죄로 검거된 촉법소년은 2021년 이전만해도 연간 1~2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 15명으로 치솟았고 올해 7월 기준 이미 17명을 너어섰다. 마약에 중독된 청소년은 성인이 되면 판매상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이 큰 만큼 사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부족하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대상 마약 예방교육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강사는 지난 5월 기준 463명이다. 520만여명에 달하는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숫자를 고려하면 강사 1인당 1만1000명을 가르쳐야 할 정도로 인프라는 열악하다.
김필여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우리가 적합한 교육대상이라고 본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 이제 초등학생은 고학년이라고 보여질 정도"라며 "예방교육 횟수가 많이 부족한데 학교에서 너무 어린 아이들한테 마약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게 오히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범률 40%…무너진 재활시스템, 늪에 빠진 중독자들
마약 재범률은 40% 정도다. 범죄 유형 가운데 재범률이 가장 높다. 단순히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만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정부도 처벌과 재활·치료 투트랙 기조를 세웠지만 중독치료기관들이 경영난에 폐원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수도권 최대(지정병상수 기준)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이 대표적이다. 대검찰청이 지난 7월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해 마약류 중독 치료 보호기관 21곳 중 가장 많은 치료보호 실적을 냈지만 치료보상이 부실해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폐원 논란이 일고 나서야 치료비는 물론 운영 손실까지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선에서는 예산 문제를 지적한다. 한 경찰 마약범죄전문수사관은 "1년에 마약사범 5000명을 잡았다면 5000명에 맞춰 예산을 책정할 게 아니라 50~100배에 달하는 암수율을 고려해 금액이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중독자들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국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여 이사장은 "대부분 마약중독자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수급자인 경우가 많다"며 "이 사람들이 치료·재활과 직업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찾아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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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도 되는데 기다려달라"…'마약 양성' 나와도 못 잡는 檢 왜━
"진짜 가도 돼요?"(마약 투약자)
검찰은 마약투약자를 적발하고도 이렇게밖에 얘기할 수 없다. 소변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당장 잡혀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진짜 가도 되냐"는 투약자의 황당한 질문에 검찰 수사관은 "가도 된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집에 못 가게 잘 설득해야죠."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만난 노성래 수사관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노 수사관은 1996년 마약수사직 공채 1기로 검찰에 들어와 26년간 한 길만 판 베테랑이다. 하지만 법개정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단순 투약·소지 범행에 대해 수사개시를 하지 못한다. 지금도 검찰이 하염없이 경찰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다.
최근 검찰은 마약밀수 제보를 받고 A씨를 특정해 공항에서 체포했지만 마약을 찾을 순 없었다. 다만 소변검사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고 미국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자백까지 받았다. 하지만 단순 투약에 대해 수사권이 없는 검찰은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찰이 현장에 오는 사이 검찰이 A를 체포하고 있을 법적인 근거가 없다.
화물운송 등 다른 경로로 마약을 밀수할 수 있었던 만큼 검찰이 수사권이 있었다면 A를 긴급체포 후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추가수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집에 갈 수는 있는데 좀만 기다려달라'고 설득하는 것뿐이다.
노 수사관은 "경찰이 손 놓고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집에 간다고 하면 우리도 땀난다"며 "그렇게 집에 간 투약자들은 당연히 경찰이 올 줄 알고 증거들을 인멸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마약범죄는 일반 형사범죄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바로 '피해자'가 없다는 것이다. 마약을 구매하는 것과 판매하는 것 모두 범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돈을 떼이거나 폭행, 절도가 있어도 신고하지 못한다. 이처럼 범행이 좀처럼 수면위로 노출되지 않는 만큼 수사기관은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정보수집을 해야 한다. 검찰에서 마약수사만 별도 직렬로 뽑아 전문수사관을 기르는 이유다.
지난해 9월 일명 '검수원복'으로 불리는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수사권 상당부분이 회복될 때까지 일부 마약수사관들은 일반 형사사건과 반부패사건에 차출됐다. 내부에서도 '이럴거면 마약수사관을 왜 뽑냐', '곧 사라지겠다'는 우려가나왔다.
사건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수사관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쯤 공채로 들어온 신입수사관들의 업무숙련도가 떨어져 마약수사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노 수사관은 "세관에서 마약이 적발되면 수사기관에 넘기는데 이때부터 검찰은 빨리 피의자 인적사항과 전화번호, 가족관계 등을 파악한 후 마약이 안전하게 국내로 들어온 것처럼 우편물을 배달하는 '통제배달'을 실시한다"며 "(일반 우편물처럼) 이틀 만에 배달돼야 하는데 기초작업 문제로 배송이 늦어지면 피의자가 수상하게 생각해 우편물을 수령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마약수사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사비로 일부 비용을 충당하고 수사관들의 '열정근로'로 빠듯한 수사일정을 맞추는 실정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수사 예산은 2018년 47억6000만원에서 올해 48억5700만원으로 5년 동안 약 1억원(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마약수사관 정원도 딱 2명(0.8%) 증원됐다. 반면 같은 기간 마약사범은 1만2613명에서 1만8395명으로 45% 넘게 늘었다.
노 수사관은 "피의자 1명을 잡기 위해 현장에 최소 4~5명의 수사관이 나가는데 며칠에 걸쳐 잠복근무를 하다보면 수사비가 많이 필요하다"며 "수사관 6~7명으로 구성된 한 팀에 배정되는 수사비가 한 달에 몇십만원에 불과하다 보니 개인 출장비를 거둬 수사비로 쓰거나 팀장들이 사비를 털어 회식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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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에서 마약 나와도…마약수사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경정)은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시시각각 진화하는 마약사범을 상대해야 하는 고충을 들려줬다.
김 계장은 "마약사범들이 자기가 당한 수사 기법을 공유한 뒤 그를 피할 방법을 만들어내는 등 수사망을 회피하고 있다"며 "최근 마약 거래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면서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일이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통상 마약수사는 구매자를 잡은 뒤 전달책을 잡고 상선까지 올라가는 '계단식' 수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에 마약 거래는 점조직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윗선까지 수사망을 넓히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진화하는 건 범죄자들만이 아니다. 마약 그 자체도 진화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로 시작해 널리 퍼진 '펜타닐'이 대표적이다. 김 계장은 "신종 마약이 자꾸 생기고 국내로 들어오고 하니 그것들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을 수사하는 경찰들은 마약사범을 검거해도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마약사범들은 통상 감시를 피해 은밀한 곳에서 마약을 투약한다. CCTV(폐쇄회로TV) 등 외부 증거는 소용없는 경우가 많아 소변, 모발 등 체내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는 이상 피의자의 동의가 없으면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어렵게 증거를 확보한다고 해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모발, 소변 등 체내 증거로는 투약 시점을 대략적으로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변은 검출 전 3~5일 사이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 모발의 경우 1년 이전에 투약한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다. 국과수는 모발을 3cm 단위로 잘라 분석하는데 일반적으로 사람이 1개월에 1cm 가량 머리가 자라나는 것을 감안하면 3개월치다.
이렇게 되면 마약이 검출돼도 투약 시점은 '3개월 사이 언젠가'로 산출된다. 예컨대 모근 3~6cm 구간에서 마약 반응이 나왔다면 검출 6개월 전부터 3개월 전 사이 시점에 투약을 한 것이다.
이는 정확한 시점이 아닌 만큼 재판 단계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판례를 보면 마약 투약 기간이 1개월 이내로 특정되지 않은 경우 법원이 공소를 기각을 한 경우도 있다.
일선 경찰들은 투약 시점을 특정하기 위해 마약사범의 진술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성현 서울 관악경찰서 마약수사팀장(경감)은 "수사기관은 최대한 투약시점을 특정하기 위해서 상당한 수사력을 소모해야 한다"며 "그래도 특정이 안되면 피의자의 자백이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간혹 피의자에게 끌려다니게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이 3개월 단위의 투약 증거에 대해서도 인정을 해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국과수의 모발 분할 단위를 1cm로 줄여서 투약 시점을 보다 좁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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