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에만 30만, 전국이 관광객" 中이 말하고 싶은 것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 2023.10.02 11:00

경제위기·리더십 부재 지적받는 상황...'당·경제에 대한 인민 신뢰 굳건' 메시지 의식한 듯

중국 중추절·국경절 표정./사진=비주얼차이나
스케일이 다른 연휴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이후 첫 중추절 및 국경절(9월 29일∼10월 6일)을 맞은 가운데 항저우 아시안게임 못잖은 '역대급' 기록들이 전해진다. 천안문광장엔 국기게양식을 보기 위해 30만명이 모였고 만리장성은 네티즌들의 과장을 더해 '3분에 겨우 두 걸음' 옮길 만큼의 인파가 몰렸다. 전국 각지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으며 철도승객은 이미 연휴 첫날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천안문 30만명"의 함의...1949년 그날의 숫자


2일 오전 중국 중앙언론들에 따르면 1일 새벽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진행된 신중국 건국 74주년 기념 국기게양식에는 30만2000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개된 영상 속 인파는 말 그대로 운집이다. 일부 관광객들은 가족을 동반하고 전날 저녁 8시부터 모여 국기게양식을 기다리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절 국기게양식은 중국 정부 수립의 상징 격인 행사다. 매년 애국심 강한 중국 국민들이 국기게양식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하지만 올해 유독 눈길을 끄는건 중국공산당이 발표한 30만명이라는 숫자다. 1949년 10월 1일 오후 3시 천안문에서 마오쩌둥이 인민의 대대적 지지를 업고 신중국 수립을 선포할 때 모였던 인파가 똑같은 30만명이다.

중국 중추절·국경절 표정./사진=비주얼차이나
인구대국 중국에서 30만명 정도 모이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국기게양식을 보러 모인 숫자로는 이례적이다. 같은 날 밤 홍콩에서 열린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다 코로나로 무려 5년 만에 찾아온 빅토리아 하버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모인 중국 국내외 관광객이 43만명이다. 그런데 베이징에선 그냥 군인아저씨들이 오성홍기를 올리는걸 보러 남녀노소 30만명(그것도 거의 전부 중국인)이 모인 거다.

코로나19 이전 국경절 국기게양식 관광객들은 통상 10만명에서 최대 12만명 정도였다. 이것도 많은 숫자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2019년 신중국 수립 70주년을 기념해 엄청난 규모의 열병식을 진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올랐던 그 행사다. 당시 인원도 30만명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물론 국제행사인 만큼 출입인원이 통제됐던 점도 영향을 줬다.

30만명의 숫자를 모두 곧이 볼 수야 없겠지만, 일단 코로나19로 눌렸던 관광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먹고 살 만해졌다는 뜻인데, 세계적으로 우려를 빚었던 중국 내수침체가 개선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국=중국공산당=시진핑'인 상황에서 30만이라는 설정(?)은 당과 지도부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가 여전하거나 더 강해졌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만리장성엔 3분에 두 걸음..."관광이 경제첨병"


중국 중추절·국경절 표정./사진=현지언론보도 캡쳐
중국의 명절 분위기가 실체가 없는 건 아니다. 전국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오랜만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황금연휴 첫날인 지난달 29일, 중국 철도는 2098만명의 승객을 실어날랐다. 역대 일일 승객 수 기준 신기록이다. 난리가 나자 중국 정부는 이튿날 1600여편을 추가 편성해 총 1만2000여편의 여객열차를 운영했다.

29일 고속도로 교통량도 전날보다 54%, 전년 대비 38% 늘어났다. 전국 고속도로들이 수십km 구간 정체를 빚었고, 이날 정오 상하이 시내를 출발해 100km떨어진 교외까지 가는 데 차로 18시간 걸린 가족의 소식이 화제가 됐다. 총길이 55km에 달하는 강주아오대교(홍콩-마카오-주하이 연결 교량 및 해저터널)의 29~30일 통행인원은 14만1000명인데, 이틀 기준으로 개통 5년 만에 최대인원이다.


각지의 명승지도 말 그대로 미어터졌다. 베이징 고궁박물관(자금성) 티켓 판매는 1일 오전부터 아예 판매가 중단됐고 오는 6일까지 모든 티켓이 매진됐다. 중국 국립박물관을 비롯해 전국 유명 박물관은 물론 중국인들이 일생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관광지로 꼽는 만리장성의 요소요소 포인트들도 모두 매진됐다.

중국 중추절·국경절 표정./사진=현지언론보도 캡쳐
상하이 와이탄과 난징공자묘 등도 인파로 뒤덮였다. 쓰촨성 두장옌이나 충칭 홍야동 등 지역 명소의 소식들도 언론을 통해 속속 전해진다. 한 네티즌은 "만리장성에 오르는데 (사람이 너무나 많아) 3분 동안 두 걸음 정도 걸었다"며 "이렇게 가니 장성까지 걸어 올라가도 전혀 피곤하지 않더라"고 했다. 인파를 빗댄 농담이지만 현장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현지 언론은 대부분의 관광지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데다 이 여파로 지자체들의 상당한 관광수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일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방정부에서 놀라운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며 "쓰촨성의 경우 명승지 관광 수입이 지난 주말에만 전년 동기 대비 226%, 관광객 숫자는 141% 늘었다"고 지방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중추절 및 국경절 기간 여행하는 국내 관광객이 전년 대비 8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포함해 중국은 올해 중국 관광수입이 전년 대비 138% 성장한 7825억위안(14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산업이 뉴노멀에 진입하고, 국가경제를 이끄는 주요 엔진이 될 거란게 중국 정부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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