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원폭 피해 동포 초청 오찬에서 "정부가 여러분을 이렇게 모시기까지 7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원폭 피해 동포 85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찬 행사를 열었다. 이번 오찬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약속했던 것을 지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 당시 현지에서 피해자들과 만나 '고국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정부에서는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이, 여당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 이충면 외교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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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동포 아픔,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
이어 "오래도록 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여러분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아픔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한이 그동안 여러분이 겪은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저는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기시다 총리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했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했다"고 했다
또 "우리 정부는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협력하면서 역내,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증진해 나갈 것"이라며 "여러분의 아픔과 희생에 대한 위로는 오늘의 이 자리로만 그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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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오 원폭피해대책위원장 "한일 새 시대, 더 좋은 환경서 살 수 있다는 희망"━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유영희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사무국장은 "78년 동안 소외돼 있던 원폭 피해자들을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언니 두 명과 부모님이 피해자이지만 피해자라고 말하지 못하고 숨어서 살고 있었는데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어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화자 전 민단부인회 히로시마현 본부 부회장은 "4살 때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었다"며 "비록 4살이었지만 당시 기억이 선명하다. 피폭 1세대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았는데 이런 자리가 영광스럽다"며 울먹였다.
윤 대통령은 행사장을 떠나기 전 동포들에게 "한국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모국의 발전된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고향의 가을 정취도 즐기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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