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호, '천박사'를 향한 이유 있는 자신감의 근원은?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 2023.09.28 15:14

악귀 범천 역할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 '믿고 보는 배우'

/사진=CJ ENM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배우 허준호(59)가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영화 '천박사'에서 액션 연기를 완벽 소화,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27일 개봉 후 흥행 1위를 달리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 감독 김성식)은 '베테랑' '엑시트' '밀수' 등 흥행작들을 양산한 충무로 흥행 메이커 외유내강(류승완 감독·강혜정 공동 대표)의 신작. 개봉 전부터 올 추석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 작품이다.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기 웹툰 '빙의'(글 후렛샤·그림 김홍태)를 원작으로 오컬트를 비롯해 코미디, 판타지,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지난 27일 개봉한 '천박사'는 개봉 첫날부터 쟁쟁한 경쟁작들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 오르며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원조 꽃미남 스타 강동원이 끌고, 믿고 보는 배우 허준호가 든든하게 밀어주며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


특히 허준호는 노장 투혼으로 클래스가 다른 악역을 탄생시키며 '천박사'의 차별화된 볼거리에 한몫 톡톡히 했다. 그는 극 중 사람의 몸을 옮겨 다니며 영력을 사냥하는 악귀 범천을 맡아 특유의 범접불가 카리스마로 쫄깃한 긴장감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액션 도전까지, 비싼 티켓값 이상의 맹활약을 펼친 허준호다.


허준호는 "액션 때문에 '천박사' 출연을 주저했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과연 내 체력에 해낼 수 있을까, 혹여 작품에 방해되진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60살(한국 나이)이라 몸이 느려졌는데, 와이어에 매달리고 날아다니고 할 수 있을지 겁이 났다"고 출연 제의 받을 당시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영화속에서 촬영 전 우려가 엄살로 느껴질 정도로 각종 액션을 섭렵하며 여느 청춘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스스로도 "예전과 달리 액션을 하나씩 하나씩 다 계산해서 찍어주시더라. 지금의 촬영 기법이면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천박사' 덕에 액션 연기에 대한 자신감, 욕심이 생겼다. 해냈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꼈고 다음에도 액션을 주시면 할 거다"라고 열의를 드러냈다.




찰나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작품성 면에선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허준호는 "'천박사'는 주변에서도 그렇게 다들 추천을 해주셨다. 액션에 부담을 갖는 제게 '왜 안 해?' 의아해하시더라. 저도 시나리오를 '우와' 감탄하면서 읽었다. 속도감이 굉장히 남달랐다. 역시나 결과물도 정말 재밌게 봤다. '천만' 흥행이 예상될 정도로. 앙상블에 CG, 사운드까지 완성도가 높더라"라고 자신 있게 내세웠다.


이어 그는 "제가 출연했던 판타지물 '중천'(2006) 때와 비교하면 한국 영화의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 내가 이렇게 높은 수준의 환경에서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라고 감상에 젖었다.


'천박사'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김성식 감독과의 작업에도 높은 만족감을 표출했다. 김성식 감독은 '세계적 거장'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등에 참여했던 조감독 출신.


허준호는 "김성식 감독님이 내공이 있더라. 현장에서 한 번도 찡그린 얼굴을 못 봤다. 첫 연출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슴에 찔리는 얘기를 들으셨을 텐데 잘 버티고 잘 넘기셨다. 늘 보면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너무 멋진 분이시다. 물론 기존 감독님들이 편하고 좋지만 신인 감독님은 (현장이) 잘 안 돌아가더라도 열정이 있어서 좋다"라고 높이 샀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연차가 쌓이면서 현장에서 뚝 떨어져 나와 지켜보는 여유가 생겼다. 특히 '천박사' 촬영장은 정말 재밌던 게 싸움이 아닌, 논쟁이 뜨거웠다.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진짜 건전한 논쟁 말이다. 감독님, 강동원, 이솜, 이동휘 등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한 팀이 되어서. 옛날엔 현장에서 군림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인상 깊게 보일 수밖에 없다. '천박사'는 왜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지 놀라울 정도로 베테랑 팀이었다. 작품 수십 편을 함께한 팀 같이 느껴졌고, 진짜 멋진 팀이 하나 나온 것 같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준호는 강동원 등 후배들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동휘가 동료들을 많이 챙기고, 강동원은 이들을 아우르는 힘이 있다. 다른 배우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더라. (김)종수는 그냥 사랑이었고(웃음). 종수가 남들한테 정말 잘한다. 그러니까 제가 할 게 없었다. 저는 그냥 그 친구들과 멀찍이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천박사'에선 어마 무시한 존재감을 뽐내며 제자들을 몰아붙였지만, 현실의 허준호는 '꼰대력'이라곤 1도 없는 모습으로 훌륭한 성품을 자랑한다. 그는 "저는 제가 경력이 많다고 '뭘 해야지' 주도하려 하지 않는다. 선배란 군림하지 않는 사람, 귀찮은 사람이 안 되는 거 그게 중요한 거 같다. 그래서 그림자처럼 있으려 하는 거다. 선배랑은 5분도 같이 있기 불편한 거, 저도 지금도 느낀다. 진짜 친한 형 아니면 5분 이상 있는 게 싫은 걸 아니까, 제가 먼저 빨리 떠나주려는 거다. 또 제가 다가가기 힘든 얼굴인 것도 잘 알아서 더 편하게 해주려는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데뷔 3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연기 욕심은 변함이 없다고. 허준호는 "제가 20대부터 60세까지 살아 보니 마음만 여유가 생겼지 연기 욕심, 일에 대한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강동원이 클로즈업 찍고 있는 거 보면 나도 찍고 싶고 그렇다(웃음). 앞으로도 필요한 배우이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욕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관객분들은 돈을 투자해 티켓을 사고, 집에서 나와 영화 한 편을 보고 들어가는 시간까지 4~5시간을 쓰지 않나. 그 소중한 시간을 제게 주는 건데 그 시간을 허비하게 할 수 없으니까 설렁설렁해선 안 된다. 그래서 아파서 못 하는 거 외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야 제대로 평가받고, 스스로도 떳떳할 수 있다. 안 게을러지려고 노력한다"라는 진중한 자세로 감동을 유발했다.


끝으로 허준호는 "과거 한 번의 공백기를 겪었기에, 현재가 정말 좋다. 옛날이 거짓말처럼 잘 생각이 안 난다. 지금 정말 평안하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건 기적인 게, 배우는 흥행 사업이지 않나. 표가 팔려야 하고 작품이 투자가 되어야 하고. 다시 돌아왔는데 이렇게 저를 찾아주시고 연기하게 된 건 기적이다"라고 활동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되새겼다.


허준호의 명품 열연이 담긴 '천박사'는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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