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5억인데 하루하루 버텨요"…40대 美직장인 무슨 사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3.10.02 09:0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또 시작이군'입니다."

지난 8월 중순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의 재무 상담코너 '더 머니이스트(The Moneyist)'에 위 문장이 포함된 독자 편지가 올라왔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2억대 연봉인데, 하루하루 겨우 버틴다는 49세 직장인


"저는 49세이고 주요 대도시 지역에 거주하며 54만달러(7억2360만원)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집을 구입할 때 20%를 계약금으로 냈습니다. 연봉은 보너스를 제외하고 18만5000달러(2억4800만원)입니다. 카드 빚은 없지만, 매달 1500달러(200만원)가 넘는 청구서가 쌓입니다. 저는 독신이고 비교적 조용한 삶을 살고 있으며 가끔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고 친구들과 외식을 합니다. 비용 때문에 연극을 보거나 콘서트에 가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문제는 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만기가 25년이나 남았다는 것입니다. 67세에 은퇴하기 전에는 모기지를 절대 갚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일은 출장이 많고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지금의 일을 앞으로 20년 동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이미 지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또 시작이군'입니다. 또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오, 안 돼"라고 말하죠. 어떤 날은 침대를 빠져나오는 것조차 힘듭니다."

"저는 날마다 저녁 6시까지 일하고 (54만달러(7억3000만원)의 모기지가 있는) 빈 아파트에 돌아와 저녁을 차리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한 후 TV를 보고 나서 잠자리에 들며 다음 날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저는 동호회에 가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한 달에 두 번 모이는 지역 하이킹 클럽의 회원입니다). 시트콤을 보면 언제 저렇게 근심걱정 없이 살았을까 싶어요. 혼자라는 게 염려되고 은퇴할 수 없고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는 걱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학자금 대출은 모두 갚았네요."

"67세에 은퇴할 수 있다구요? 저는 일주일을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금요일까지 버티면 월요일이 오기 전까지 이틀의 공백이 생기고, 대개 일요일에는 다음 주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어떻게 하면 삶을 더 쉽게 만들고 미래에 대해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퇴직연금(401K) 계좌에 약 30만달러(4억원)가 있고 은행에 10만달러(1억3400만원)가 있습니다."

"제 인생은 망한 건가요? 저는 요즘 그렇게 느낍니다."



"그때는 정말 모든 걸 다 가졌었군!"


'더 머니이스트' 코너를 맡고 있는 쿠엔틴 포트렐(Quentin Fottrell)은 어떻게 답변했을까요?

그는 독자가 67세가 되면, 49세의 자기를 뒤돌아보면서 "그때는 정말 모든 걸 다 가졌었군!"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부정적인 사실만 계속 확인하면서 오늘날의 자기자신을 이룬 본인의 공로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은퇴를 앞둔 많은 미국인보다 운이 좋은 사람이며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유리하며 특권을 가진 위치에 있습니다."

포트렐은 다음과 같이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자신의 관점을 되찾고 직업, 집, 저축, 퇴직연금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에 대해 감사 목록을 작성해보세요. 언제나 당신보다 나은 사람이 돼 있을 것입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나 과거에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특히 매일 저축하고 모기지도 갚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포트렐은 관점이 바뀌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운동을 하고 잘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만약 필요하다면 전문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라고 권했습니다.

사실 질문자의 상황은 대다수 미국인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미국 연준(Fed)에 따르면 65~74세 미국인의 보유 자산 중간값은 26만6000달러(3억5600만원)입니다. 질문자의 나이는 49세밖에 안됐지만, 퇴직연금과 은행 저축으로 40만달러(5억3600만원)를 가지고 있고 집에도 대출 외에 자신의 돈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미국인 71%는 연봉 2억원이 안돼도 재무적으로 만족


자산뿐 아니라 소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월초 미국 경제매체 CNBC가 미국 성인 4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중 45%는 연소득이 10만달러(1억3400만원) 미만이라도 재무적으로 편안하게 느낄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범위를 15만달러(2억원)로 늘리면 응답자 중 71%가 재무적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연 소득이 20만달러(2억6800만원) 이상은 돼야 재무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5%밖에 되지 않습니다. 보너스를 빼고도 연 소득이 18만5000달러(2억4800만원)이라고 말한 질문자는 평균적인 미국인보다 훨씬 풍족한데도 자신의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포트렐은 재무 전문가의 말을 빌려 "지금처럼 계속 단순하게 살고 싶고 만약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이사해서 생활비를 줄이도록 고려해보라"고 조언합니다. 54만달러의 모기지가 있는 집을 팔고 다운사이즈(규모 축소)하면 모기지를 아예 없앨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마지막으로 포트렐은 만약 현재의 직장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삶의 질을 연봉보다 우선순위에 놓아보라고 말하면서 "먼저 자기 자신을 돌보세요. 그럼, 나머지 삶의 여정은 저절로 해결될 거에요"라고 조언을 끝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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