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세종병원 같은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한 상황이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 또는 비약사가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리거나 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약국을 말한다. 건강보험에서 불법개설기관으로 빠져나간 돈은 3조4275억원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6.6%에 불과하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를 조사하고 환수율을 높이기 위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9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약국을 제외한 불법개설기관은 2012~2021년 기준 1019개소다. 같은 기관 일반기관이 2038개소인 것의 절반가량에 달하는 수준이다. 의원 기준 불법개설기관의 병상운영비율은 44.3%로 일반기관 30.0%보다 14.3%포인트 높다. 한의원 기준 불법개설기관의 병상운영비율도 23.1%로 일반기관 8.5% 대비 14.6%포인트 높다. 불법개설기관이 불필요한 입원 등으로 재정 누수를 가중시킨다는 의미다.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피해액은 지난 6월까지 누적 3조4275억원이지만 환수율은 6.6%에 불과하다. 수사 기간이 길다는 점이 환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불법개설기관 관련 공단의 수사 의뢰 후 수사 결과를 확보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14~2021년 수사를 의뢰한 불법기관 1076개 기준 평균 11.8개월이다. 가장 길게 걸린 수사 기간은 4년5개월이었다. 3개월 이내 종결 건은 7.7%인 83건뿐이었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이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증여, 허위매매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은닉해 실질적 환수가 어려워진다.
건보공단은 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주어지면 수사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는 수사권이 없어 자금 추적을 못 하고 공범으로 추정되는 법인의 임원과 전직 직원 등에 대한 조사도 가능해진다. 공단은 특사경 권한이 생길 경우 연 2000억원 이상의 재정 누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사무장병원 등에 관한 전문조사인력만 55명이 있고 조사 유경험자도 200여명에 이른다는 게 공단 설명이다.
현재 공단 임직원에 사무장병원과 면허 대여 약국에 한해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에서 법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면 불법개설기관 적발을 강화할 수 있고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며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등에서 특사경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데 시·군에 있는 전문위원회 평가단을 통해 사전에 교감하고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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