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기회야"…中기업이 R&D 투자 쏟아붓는 곳들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3.10.01 06:41

편집자주 |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진=블룸버그
중국 신문을 보면 국유기업, 민영기업이라는 표현이 한국 신문의 대기업, 중소기업이라는 말만큼 자주 눈에 띈다. 우리 말로는 공기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국유기업의 비중이 중국에서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중국은 포항제철(포스코), 한국통신(KT), 한국담배인삼공사(KT&G) 등이 민영화하기 이전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는 정유, 통신, 철강, 은행업 등 정부 독점산업의 국유기업 영향력이 막대하다.

하지만 민영기업 중에도 제법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있다. 지난 9월 12일 중국 전국공상업연합회가 '2023년 중국 500대 민영기업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 협회는 매년 세계 500대 기업을 발표하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과 같이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 500대 민영기업을 선정했다.

지난해 중국 500대 민영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39조8300억위안(7169조원), 총자산 합계는 46조3100억위안(8336조원)을 기록했으며 이들의 전체 당기순이익도 1조6400억위안(295조원)에 달했다.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1위는 징동닷컴이 차지했다. 판매를 중개하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특성상 매출액이 1조462억위안(188조원)에 달했다. 2위 역시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8645억위안, 155조원)였다.

매출액보다는 성장성을 엿볼 수 있는 R&D(연구개발) 투자가 더 흥미를 끈다.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연구원 비중이 3%가 넘는 기업이 326곳이었으며 10%를 넘어선 기업도 175곳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3%가 넘는 기업은 86곳, 10%를 돌파한 기업도 8곳에 달했다.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R&D 투자 상위 10위를 살펴보자. 이들이 향후 중국의 기술 경쟁력을 결정할 기업들이다.



미래 중국의 기술 경쟁력을 대표할 기업들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R&D 투자 1~3위는 인터넷기업이 차지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중국 3대 인터넷기업으로 유명했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주인공이다. 지금은 바이두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틱톡), 메이투안(음식배달) 등의 영향력이 크다.

1위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업체 1~2위를 다투는 텐센트다. 지난해 텐센트는 614억위안(11조원)을 R&D에 투자했으며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1.1%에 달한다. 2위는 538억위안(9조6800억원)을 R&D에 투자한 알리바바, 3위는 233억위안(4조1900억원)을 R&D에 쏟아 부은 바이두가 차지했다.

화웨이는 중국 500대 민영기업 선정에 참여하지 않아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615억위안(29조원)를 R&D에 투자한 화웨이가 실질적인 1위다. 지난해 매출액의 25.1%를 R&D에 투자할 정도로 화웨이는 공격적인 R&D 투자를 계속했다.

참고로 화웨이는 100% 종업원지주제도로 운영되는 민영기업이다. 주주는 13만1507명에 달하는 화웨이 임직원과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다. 2021년말 기준, 런정페이 설립자의 지분율은 0.84%에 불과하며 나머지 임직원들이 99.16%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R&D 투자 상위 10대 기업이 어디에 투자하는지 살펴보기 전에 중국 기업들의 R&D 투자가 글로벌 빅테크와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지난해 글로벌 R&D 투자순위 1~5위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독차지했다. 아마존이 732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395억달러)과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353억달러), 애플(277억달러), MS(266억달러)가 2~5위로 그 뒤를 이었다.

화웨이는 235억달러로 6위를 차지했다. 아직 미국 빅테크기업과 차이가 나지만, 5년 전 글로벌 R&D 투자 톱 25에 화웨이만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R&D 투자 톱25에 중국기업은 화웨이(6위),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11위), 텐센트(14위), 알리바바(23위) 등 4개사가 진입했다. 바이트댄스는 비상장기업이지만, 기업가치가 약 2200억달러(293조원)로 평가받는 초대형 기업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93억달러를 R&D에 투자하며 글로벌 8위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이 투자하는 분야는? 인공지능, 자동차, 2차전지…


아마존, 알파벳, 메타, 애플, MS 등 글로벌 빅테크가 혁신을 선도하고 있지만, 향후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은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자동차 등이 주요 투자 분야다. 화웨이는 앞에서 언급했으니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인터넷 기업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R&D 투자 1위를 차지한 텐센트는 거대언어모델 등 생성형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약 2조9200억홍콩달러(496조원)로 현재 중국 상장기업 중 시총 1위다.

지난 5월 마화텅 텐센트 설립자가 "인공지능이 10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100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텐센트는 인공지능을 중요시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11.1%에 달했다.

2위를 기록한 알리바바도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텐센트에 다소 못미치는 538억위안(9조6800억원)을 R&D에 투자했지만, 6위를 기록한 자회사 앤트그룹(205억위안, 3조6900억원)을 합치면 텐센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 핀테크업체인 앤트그룹은 인공지능, 보안, 데이터인프라, 블록체인에 대한 R&D를 늘렸다.

3위는 검색업체 바이두다. R&D 투자금액은 233억위안(4조1900억원)으로 텐센트, 알리바바에 못 미쳤지만,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8.9%로 가장 높다. 10여년 전부터 바이두는 회사 명운을 인공지능에 걸고 자율주행 기술과 AI 챗봇 어니봇(Ernie Bot)을 개발해왔다. 그동안 바이두가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1000억위안(18조원)을 넘어선다.

인터넷 기업 외에는 자동차·2차전지 기업의 R&D 투자가 눈에 띈다. 2010년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지리자동차가 224억위안(4조원)으로 4위를 기록했는데, 최근 지리자동차는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하고 한국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또 BYD가 187억위안(3조3700억원)으로 7위, CATL이 155억위안(2조7900억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BYD와 CATL은 중국 전기차와 2차전지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올해 1~8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BYD는 179만대로 테슬라(62만5000대)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CATL도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6.6%로 LG에너지솔루션(14.2%)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지리자동차, BYD 및 CATL의 R&D 투자는 인공지능뿐 아니라 자동차·2차전지 산업이 중국의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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