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30대 남성 성모씨는 추석 연휴에 아내와 5박6일간 동남아시아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다음달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6일 황금연휴를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성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오랜 기간 아내와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갔다"며 "이번 기회에 푹 쉬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가 부모님 댁에는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27일 오후 반차를 내고 다녀왔다. 성씨는 "양가 모두 수도권에 있어서 하루에 두 곳을 다녀올 수 있었다"며 "해외여행 계획이 있어서 미리 들르겠다고 말씀드리니 이해하셨다"고 했다. 이어 "차례를 지내는 대신 주변 한정식 음식점에서 함께 외식을 했다"고 덧붙였다.
MZ부부들은 차례상 준비에 큰 부담을 느낀다. 남편과 맞벌이하는 30대 여성 박모씨는 "고물가에 살림이 빠듯해서 맞벌이까지 하는데 차례상까지 차리면 부담이 크다"며 "직장 등 일상에 지쳐 차례상 준비에 피로감을 느껴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제사와 차례를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명절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가족끼리 모이더라도 차례상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식이다.
최근 롯데멤버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20~50대 이상 소비자 4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46.0%는 고향이나 부모님 댁, 친척 집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도 30.0%로 적지 않았으며, 여행을 가겠다는 응답은 22.4%였다.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760여명에게 추가로 설문해보니 국내 여행 일정은 평균 3.4일, 해외여행 일정은 평균 5.3일을 잡고 있었다. 하나투어는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3일)가 포함된 9월 29일~10월 8일 출발하는 해외여행 예약 건수가 올해 여름 성수기(7월 27일~8월 5일)보다 약 30% 많다고 알렸다.
차례상 차리기에 대한 부담으로 명절 가족 간 만남마저 기피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등 3개 유교문화 단체는 올해 1월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고 '제사를 간소하게 지낼 것'을 권고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차례상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이다. 이외의 구성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서 결정하면 된다. '사계전서' 등 예법 책에 의하면 전, 튀김 등 기름이 들어간 음식은 오히려 예가 아니라고 나오는 등 차례상 필수 음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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