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운명의 10월'…슬롯·화물 반납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23.10.03 12:00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성패를 가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이달 중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고 알짜노선을 대거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EU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합치려면 해외 경쟁국가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을 검토한 후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측은 "EU 경쟁당국과 현재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경쟁당국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만 현재 협의 중인 시정조치안 세부 내용은 경쟁당국의 지침상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전체 매각,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의 여객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을 EU측에 넘기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 취항하는 노선인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등이 거론된다.

EU 심사 결과가 합병성사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심사 결과 발표 전인 미국·일본 당국이 EU의 심사 결과를 참고할 가능성도 크다. EU·미국·일본 경쟁 당국 등 3개국 중 한 곳이라도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대한항공은 앞서 기업결합과 관련해 14개국 중 11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 노선 중에서는 뉴욕과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와 호놀룰루 등 알짜 노선을 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에는 나고야 슬롯을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승인 여부 전망은 안갯속이다. EU는 대한항공에 독과점 방지를 빌미로 시정 조치를 요구하면서 지난 8월 예정된 심사 종료 기한을 미루는 '스탑 더 클락'(심사를 멈추는 상태)을 실시한 상태다. 당초 EU는 지난 1월 승인 여부를 발표하려다가 두번에 걸쳐 심사기간을 연장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11월 인수합병 절차에 돌입했는데 3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고민이 큰 상황이다. 합병을 위해 EU 경쟁당국의 부담스러운 요구를 들어주려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심사 문턱을 넘기 위해 더 많은 티켓을 판매할 수있는 여객 슬롯과 화물 사업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비판론에 직면할 수 있다.

합병이 불발될 경우에 벌어질 수 있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동참하면서 한진칼 지분 10.58%을 갖고 있는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받는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8000억원을 한진칼에 투입했다. 합병 무산으로 다른 세력에 지분을 넘기게 되는 상황이 오면 조 회장은 우호세력을 잃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같은 합병 결렬 상황에 대비한 '플랜B' 얘기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HD현대와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업 '빅딜'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초 EU 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에 인수돼 지난 5월 한화오션으로 출범했다. 산업은행은 공식적으로 플랜B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빅딜 불발에 대비,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당초 대한항공와 아시아나의 합병을 밀어붙이며 '시너지 효과'를 말했는데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수익성을 책임진 알짜 노선을 내놓게 되면 껍데기만 가져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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