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눈썹문신과 의사의 철밥통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 2023.09.26 03:30
평상시 외모에 관심이 많던 친구 A의 신수가 훤해졌다. 눈썹문신을 했다고 했다.

그는 "시술을 받고 처음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짱구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자연스러워지고 인상이 뚜렷해졌다"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피부과병원이 아닌 지인이 소개해준 사설업체에서 문신을 했다고 했다. 요새도 주기적으로 눈썹문신을 하러 다닌다. 그런데 그에게 시술을 해준 피부미용사는 불법을 저질렀다. 의료기관(병원)을 제외한 곳에서의 문신 시술은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피스텔에서 시술을 받았다"며 "불법을 한다는 찜찜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고 했다.

최근에 일부 연예인이 효과를 봤다고 자랑하는 두피문신도 의사가 시술하지 않았다면 불법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두피문신 전문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시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도 비의료인이기 때문에 이런 시술도 당연히 불법이다.

눈썹문신이나 두피문신 그리고 타투 등을 해본 사람이 16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중 의료인이 시술한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추정된다. 문신이 불법이지만 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시술한 이는 차고 넘친다는 말이다.

비의료인의 문신이 공공연히 이뤄지지만 문신 자체가 불법이니 문신시술자가 시술에 필요한 마취크림을 사용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최근 머니투데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신시술자는 주로 '리도카인' 성분의 남성 사정지연용 마취제를 시술 부위의 통증 감각을 무뎌지게 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리도카인 성분이 들어간 일반의약품은 이 제품뿐이기 때문이다.

문신을 하는 수많은 이가 사정지연용 마취크림을 자신의 눈썹에 혹은 두피에 바르고 있는 것이다. 문신 시술에 허가가 난 의약품이 아닌 만큼 부작용 우려도 크다.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차후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는지 파악도 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는 셈이다.

문제는 병원에서 문신을 해도 공업용 염료를 쓰기 때문에 또 다른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병의원은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 만큼 공업용 염료를 병원에서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란 주장도 있다.


불법으로 시술을 하는 문신시술자를 옹호하겠단 의미는 아니다. 문신 정도의 가벼운 시술은 교육을 받아 관리의 영역에 있는 이들에게 허용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의료인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유일한 국가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자격, 면허 등을 통해 직업제도의 하나로 문신 시술을 관리할 뿐 의료행위로 보지 않는다. 이는 문신 시술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끼치는 것이라는 우리 의료계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영국이 국민의 건강권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문신의 안전성은 그 과정이 적합하게 진행되는지 당국이 감시하면 될 것이다. 불법이든 아니든 최소한 국내에선 사정지연용 크림을 눈썹문신을 하기 위해 눈썹에 바르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 아닌가.

의사의 독점적 권한도 세월에 맞게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신의 경우엔 오히려 지금 상태를 방치하는 게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끼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국민이 의사에게 부여한 독점적 진료권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한다는 전제로 부여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독점적 권한의 일부는 내놓고 문신을 관리의 영역으로 들이는 게 현명할 수 있다. 수십 년 전에 의사들에게 보장해준 철밥통을 영원히 지켜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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