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일대에 울려 퍼진 오세훈의 최우선 가치 '약자와의 동행'

머니투데이 뉴욕(미국)=기성훈 기자 | 2023.09.24 11:15
"2006년에 처음 서울시장직을 수행했을 때는 서울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에 집중했었습니다. 이후 10년간 휴지기를 가지면서 페루와 르완다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깨달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인 미국 예일대 학생들에게 서울시정의 최우선 가치인 '약자와의 동행'을 전파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예일대학교의 맥밀런센터 루스 홀 강당에서 진행한 특별강연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학교 맥밀런센터 루스 홀 강당에서 예일대 학생, 교수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예일대 학생·교수 200여명 대상 영어강연 나선 오세훈 "약자와의 동행은 최우선 가치"


이날 특별강연은 예일대학교 동아시아 학회의 초청으로 마련된 자리로 지난 1998년 예일대 법학대학원에서 객원교수 자격으로 머물렀던 오 시장은 25년 만에 다시 예일대학교를 찾게 됐다.

155석 규모의 강당은 강연 시작 10분 전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한 학생들로 꽉 찼다. 서서 듣는 학생들까지 있을 정도로 200여명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강연은 약 30분 내내 영어로 진행됐다. 오 시장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운을 뗐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차분하게 강연 내용을 전달했다. 실제 강연 분위기는 진지했지만 오 시장의 유머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약자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말하고자 한다"고 '약자와 동행하는 글로벌 도시 서울'(Helping-Hand Journey, Continues...) 주제 강연의 운을 뗐다. 실제로 '약자와의 동행'은 오 시장이 제시한 핵심 시정철학이다. 작년 8월 '약자와의 동행추진단'을 시장 직속 기구로 설치했고, 지난 4월엔 다양한 유형의 약자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약자와의 동행 조례)도 마련했다.

강연에서는 취약계층이 경제적·신체적 이유 등으로 공정한 경쟁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공정한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서울런' △기존 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안심소득' △노숙자, 저소득층 대상 철학, 역사 등 인문학 수업을 여는 '희망의 인문학' 등이 대표적으로 소개됐다.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오 시장은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한 사람이 된다"며 "이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학교 맥밀런센터 루스 홀 강당에서 강연 이후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부동산 정책, 페미니즘, 양성 평등...오세훈의 답변은?


강연의 뜨거운 열기는 이후 질의응답까지 이어졌다.

우선 에릭 함 인류학 교수는 오 시장에게 서울의 부동산 가격 관리에 대해 물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면서 "서울에 더이상 빈 공간이 없어서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려면 오래된 것 허물고 더 많은 집을 지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인구감소 대책에 대한 질문에 오 시장은 "저출생에 많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교육비가 많이 든다"며 "첫 해결법은 시와 정부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이민 확대를 두 번째 해법으로 제시했다. 오 시장은 "이민이 저출생 문제의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논의가 시작됐고 1~2년 후 많은 국민이 점점 동의할 것"이라며 "서울에만 54개 대학이 있고 동남아 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온다. 그들이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학생들의 질문 공세는 매서웠다. 오 시장은 답변하는 중에 여러 차례 '휴~'하는 웃음을 짓기도 했다.

오 시장의 강연 주제에 맞춰 양성평등, 여권신장 정책을 묻는 질의에 오 시장은 "공공 부문에서는 자연스럽게 여권 신장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체 등 민간, 정치 부문에서는 유리천장이 남아있어 좀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진 페미니즘 질의에 대해서도 "역사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였기에 반작용으로 한국의 페미니즘은 과격하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형평이 이뤄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0년 전만 해도 선택적 복지 편에 섰는데 현재 추진하는 대중교통 정책(기후동행카드)은 보편 복지를 향한 방향으로 보인다"는 날카로운 지적에 오 시장은 "대중교통 요금을 일정한 비율만 내면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하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수입이 적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라며 "어차피 승용차 타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제 철학이 바뀌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공공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오 시장은 " 공교육은 본질적으로는 교육청 관할이기 때문에 공교육을 어떻게 살릴지 저한테 권한이 없다"고 언급한 뒤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할 위치가 된다면 좀 더 공교육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장 만난 한 여학생은 "오 시장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면서 "(강연을 들으니) 여러가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다.

리셉션 장에서도 오 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오 시장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사진 요청은 물론 반갑게 인사하는 한인 학생들과 악수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 시장은 어느샌가 '인의 장막'에 둘러싸였지만 표정만은 즐거워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를 방문해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민, 중산층 가정 학생들의 교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예일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육 지원정책 등을 청취했다./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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