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이런 경험이…조현병 등 '정신질환' 위험 키웠다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3.09.22 09:32

[박정렬의 신의료인]


성장기 누적된 피해나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가 성인 시기 정신질환 발현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정신과학 학술지인 '란셋 정신과학'(Lancet Psychiatry) 최신호에 공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팀이 한국과 영국에서 모집한 2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공동 연구 결과다.

성장기 지속적인 신체적, 정신적, 성적 피해로 인한 '성장기 트라우마'(developmental trauma)는 성인 이후 각종 정신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 간에 연관성은 분명치 않았고 문화권에 따라 사회 환경 등이 달라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성장기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하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omplex PTSD)가 성인기 정신질환과의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고 판단, 복합 PTSD와 일반적인 PTSD를 구분해 정신질환의 양상을 분석하는 한국·영국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복합 PTSD는 단발적인 사고나 충격으로 나타나는 일반 PTSD와 다르게 특히 성장기에서 겪는 지속적인 트라우마가 원인으로 PTSD 증상에 더해 △감정 조절의 어려움 △정체성 혼란 △관계 유지의 어려움 등 3가지 특성을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

그리고 실제 연구 결과, 일반적인 PTSD 환자는 PTSD가 없는 그룹에 비해 정신 질환의 중증도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복합 PTSD 환자에게서는 비교군 대비 정신 질환의 중증도가 많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 복합 PTSD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3가지 특성 모두 정신 질환의 중증도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정신질환의 발현에 있어 특정한 사고나 충격보다는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학대와 그로 인한 후유증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의료진의 주도로 문화권이 다른 한국과 영국에서 성장기 트라우마와 정신증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두 국가의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진 만큼 학계에서도 성장기 트라우마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이 학설을 넘어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의태 교수는 "성장기 트라우마가 있는 환자를 체계적으로 치료·관리할 수 있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 발병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복합 PTSD와의 연관성도 확인한 만큼 정확한 치료 지침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2. 2 "시청역 사고 운전자 아내, 지혈하라며 '걸레' 줘"…목격담 논란
  3. 3 G마켓, 소규모 셀러 '안전보건 무료 컨설팅' 지원
  4. 4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
  5. 5 "한 달에 몇 번씩 여자 접대"…버닝썬 전 직원, 경찰 유착 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