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는 '수십억 현질'도 되는데…고스톱은 "70만원까지만", 왜?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3.09.23 08:00

[게임인마켓]
고포류 등 웹보드게임에만 걸려있는 월별 결제 상한금액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게임 규제 무분별하게 생기며 수익성 급속도로 악화
다른 게임과의 규제 형평성 등에 비춰 상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 나와

편집자주 |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리니지와 같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즐기면서 한달에 십수억원씩 '현질(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하는 게이머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반면 고스톱, 포커 등의 웹보드 게임을 하는 이들이 막대한 '현질'을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이는 수많은 온라인 게임 중 유독 웹보드게임에만 걸려있는 '월 결제 상한선' 때문이다.



고포류 게임 결제금액 제한…월 30만→50만→70만원


고스톱, 포카, 섯다 등을 온라인으로 즐기는 장르를 웹보드게임 또는 고포류(고스톱·포카) 게임이라고 부른다. 다른 장르와는 달리 고포류 게임은 '사행성'과 직접 연관됐다는 눈초리를 항상 받아왔다. 모바일게임이 2010년대 들어 활성화되면서 고포류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고,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에 근거해 고포류의 월 결제 한도를 3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처음 만들었다.

규제가 생겼을 당시 고포류 게임을 운영하던 NHN의 한게임, 네오위즈의 피망 등은 매출과 이용자 등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업계의 원성이 빗발 치자 정부는 2016년 월 결제 한도를 50만원으로 늘렸고, 지난해 7월에는 6년만에 이를 70만원으로 재차 늘렸다. 다만 이 같은 규제 완화는 2년 간 적용되는지라, 내년 7월 이후에는 상한 금액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도 게임업계 발목 잡는 '바다이야기'의 망령


바다이야기 게임장. /사진-뉴시스
게임업계와 사행성을 거론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골 소재는 '바다이야기'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계를 파탄내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나락으로 보냈던 '바다이야기'는 2004년 등장해 2006년까지 사행성 게임 시장을 지배했던 '변형 파친코'다. 당시 '게임'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었기에, 바다이야기에 대한 수많은 규제들은 곧바로 '게임 규제'로 직결됐다. 현행 게임 규제의 대부분이 바다이야기 사태로부터 파생됐다.

게임업계에서는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 그 중에서도 유독 '변종'이었던 바다이야기를 게임의 대명사인 양 여겨 만든 수많은 규제의 불합리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선 현행 게임 규제가 없어진다면 '제2의 바다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심지어 게임학회 회장을 맡은 위정현 중앙대 교수 같은 이들도 글로벌 게임업계의 대세가 된 P2E(Play to Earn) 장르를 언급하면서 "바다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는 인식 수준을 드러낼 정도다.



바다이야기와 웹보드게임의 명확한 차이 '환전'


온라인 및 모바일 고포류 게임의 게임머니는 환전이 불가능하다. /사진=한게임 신맞고 캡처
당시 바다이야기가 문제가 됐던 것은 불법적인 환전 방식이었다. 도박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돈 대신 상품권을 지급하고, 이를 불법으로 환전해주는 환전상들을 끼고 장사를 했다. 상품권도 유가증권의 일종인지라, 정부가 바다이야기 업장들로부터 압수한 상품권은 소각 처리했는데, 이렇게 사라진 상품권만 9조원 어치에 달했다.

웹보드게임에서는 원천적으로 환전이 불가능하다. 간혹 불법 사업자 또는 개인들이 게임머니를 환전해주거나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서버의 감시 아래 이뤄지기 떄문에 환전 자체에 어려움이 많고 또 사후 적발도 용이한 편이다. 상품권처럼 압수해 불태울 필요도 없이 게임사가 게임머니를 '동결'해버리면 그만이다.



과연 고포류의 사행성이 다른 게임보다 해로울까


리니지W의 한 혈맹 구성원들의 변신 모음. 리니지W 유저들에 따르면 해당 화면에 나온 캐릭터 구성을 만들기 위해서 500억~1000억원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리니지W 캡처
일각에서는 고스톱, 포카 등의 게임은 그 자체로 '게임머니'를 걸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보다 강도 높은 사행성 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시각을 나타낸다. 반면 고포류 업계는 다른 게임 장르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MMORPG 게임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해 수십억원의 과금을 유도하는 모델이 많다. 이러한 게임들 역시 사행성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받지만 고포류처럼 '월 결제 한도' 같은 규제를 적용하진 않는다. 수집형 RPG나 스포츠게임의 카드 뽑기 등도 확률에 따른 사행성 요소가 다분하다. 고스톱이나 포카의 게임머니를 돈 주고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과금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사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성인이 자기 돈을 쓰는 것인데 결제 한도를 법으로 정해놓는다는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바다이야기 사태로 전 사회가 서슬 퍼런 눈초리를 보낼 때 생긴 과잉 규제"라고 토로했다.



해외는 소셜카지노 열풍, 한국은 "꿈도 못꿔요"


세계 최대 소셜카지노 중 한 곳인 더블다운카지노. /사진=더블다운
최근 전 세계 게임업계에서 소셜카지노 장르가 급성장하면서 이에 맞춰 국내 업체들에게 걸려있는 규제 역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카라, 블랙잭 등을 SNS로 즐기는 소셜카지노 시장은 급성장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타스티스에 따르면 소셜카지노 시장은 지난해 68억달러(약 9조1000억원) 수준에서 2026년엔 83억달러(약 11조1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 게임업체들 역시 소셜카지노 게임을 만들기에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사행성을 이유로 등급 분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는 게임업체의 매출 성장 뿐만 아니라 국내 일자리 창출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 김태경 광운대 교수 등이 2021년 공개한 '소셜카지노 게임 도입에 의한 웹보드 게임 시장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당시 50만원이던 웹보드게임 상한 규제를 적용해서라도 소셜카지노 게임을 합법화할 경우 연평균 5153억원 규모의 시장을 만들고, 일자리를 1만743개 창출하는 등 총 7214억원의 생산증가효과를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팀은 소셜카지노를 합법화할 경우 현재 외국에 서버를 두고 불법 영업을 하는 온라인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13.9%가 1년 안에 줄어들 것으로도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포류에 대한 결제 규제, 소셜카지노의 비합법화 등은 풍선효과를 일으켜 오히려 세금도 안 내는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소셜카지노 성장 추세에 맞춰 국내 소셜카지노 합법화와 고포류 규제 완화 등을 전반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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