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묵인? '유령 함대' 5배 늘었다…석유수출 급증한 이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23.09.22 06:32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0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우주군 사령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9.21 /로이터=뉴스1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앞두고 미국의 묵인하에 이란의 석유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부과된 제재로 줄었던 석유 수출 물량이 5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석유를 운반하는 전세계 '유령 함대'도 최근 3년 새 5배로 늘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박 중개인과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토대로 이란의 원요 생산량이 하루 300만 배럴을 넘었고, 석유 수출량도 하루 200만 배럴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8년 미국이 이란과 핵 협정에서 탈퇴하고, 2020년 하루 약 40만 배럴로 이란의 석유 판매량을 강제하는 제재를 부과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란의 최대 구매자인 중국으로의 원유 선적도 지난해 하루 100만 배럴 미만에서 올해 들어서는 하루 140만~160만 배럴로 급증했다. 석유 브로커들에 따르면 이에 따라 유령 함대의 숫자도 3년 전 60척에서 최근에는 300척 이상으로 증가했다. 유령 함대란, 해운업계에서 이란과 러시아 석유를 운반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소유주가 알려지지 않은 유조선을 말한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비영리단체 '이란핵반대연합(United Against Nuclear Iran)'은 전세계 바다와 항구에서 금지된 이란 수출품이 다수 발견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단체는 위성 이미지와 트랜스폰더 데이터를 사용해 미국의 제재나 기소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이란산 석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의 세부 정보를 확보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의 국영 해운회사 내셔널 이란 탱커 컴퍼니는 최대 고객인 중국으로 석유를 차질 없이 운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 여름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신조 선박인 중형 유조선을 발주했고, 중국 조선소에서 최소 5척의 유조선을 새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행정부에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단속조치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의원들은 석유 제재 집행 및 차단을 담당하는 연방 주무부서인 국토안보수사국이 1년이 넘게 이란산 석유 화물을 압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2명의 상원의원들은 지난 4월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신뢰할 만한 몇 가지 단서에도 불구하고 국토안보수사국의 단속은 축소됐다"고 썼다.

그러나 그리스, 독일, 싱가포르, 홍콩 등 해양허브의 선주들은 미국의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될 경우에 대비해 이란과의 무역에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조선 선주 중 하나인 프론트라인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라스 바스타드는 "미국인들도 값싼 석유를 원한다"며 "석유 수요와 국제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전 세계를 단속할 순 없다"며 "이란과 새로운 핵협정이 체결된다면 모든 합법적인 선주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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