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브로드컴의 동의의결 신청은 수용했지만 도중에 "시정 방안이 미흡하다"며 다시 제재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인 삼성전자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시작한 후 도중에 기각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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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더 걸린 '191억 과징금'━
공정위는 2021년 2월 브로드컴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이듬해 1월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격)를 상정하며 제재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브로드컴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며 본사건 처리 절차가 중단됐다. 동의의결은 위법 혐의 기업의 자진시정·피해구제를 전제로 위법 혐의를 확정하지 않고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두 차례 심의를 거쳐 올해 1월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브로드컴이 제시한 자진 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봤고 브로드컴이 개선 요구를 거부하면서 관련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공정위는 본사건 심의를 재개해 이번에 191억원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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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의결, 처음부터 기각했어야?━
공정거래법은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 △신속한 조치 필요성 △소비자 피해 직접 보상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하도록 했는데 이번 사건이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공정위의 동의의결 신청 기각 비율은 50% 전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결과적으로 브로드컴이 제시한 동의의결안이 (절차 개시를 결정할 때 기대했던) 거래 질서 개선, 피해 보상에 있어 충분하지 않아 기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 결정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인 삼성전자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의결 절차 개시 때에도 의견 수렴 절차가 있는데 당시 삼성전자가 내부 사정으로 공식 자료를 내지 않았다"며 "동의의결 절차 개시 이후 비공식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는 동의의결 절차 개시 이후 브로드컴이 내놓은 자진 시정안이 자사 피해 구제에 충분하지 않다고 강력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6월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을 기각하며 "동의의결안에 담겨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내용·정도 등에 있어 피해 보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유일한 거래상대방인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이 동의의결제 허점을 악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로드컴이 공정위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받아본 이후 뒤늦게 동의의결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이 심사보고서 검토를 거쳐 심의가 자사에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동의의결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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