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출시된 '메이트 60 프로' 분해를 통해, 화웨이가 애플의 전략을 모방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함으로써 외국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애플 팬이라고 밝히는 등 애플을 벤치마킹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FT는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분석한 결과 8개 중앙처리장치(CPU) 중 4개는 영국 반도체설계회사 암(ARM)의 설계가 그대로 사용됐으며, 나머지 4개는 암 설계에 기반했지만 화웨이의 자체 설계와 수정이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99% 이상의 AP는 암 설계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기린 9000S' 분해 결과를 보면, 화웨이가 여전히 암(ARM)의 기본 설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AP의 핵심 프로세서 설계에서 상당한 기술 진보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기린 9000S'에는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됐다. 이전 단계 칩인 '기린 9000'에는 암의 CPU와 GPU가 탑재됐다.
업계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기술 진보는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첨단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이실리콘은 2020년 상반기 매출액 52억달러로 세계 반도체 톱10에 처음 포함됐으나, 미국 제재로 다음해 매출액이 80% 넘게 급감하며 순위에서 탈락했다.
FT는 화웨이가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 애플과 유사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년간 애플은 암(ARM)의 기본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성능이 개선된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의 고도의 복잡성, 막대한 비용 및 기술 자원 부족 때문에 오직 몇 개 회사만 이런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메이트 60 프로'에 대해, 반도체 컨설팅업체 세미어낼리시스의 딜런 파텔 수석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고유의 디자인과 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술적 돌파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브래디 왕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특허 사용료를 절감하고 기성 제품을 사용하는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애플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런 회장은 지난달 개최된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ICPC)에 참가한 대학생을 만난 자리에서 '애플 팬'이냐는 질문에 대해, "선생님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로서 공부할 수 있고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애플 팬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메이트 60 프로'는 미국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화웨이의 역량을 입증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스마트폰 성능을 보면 미국의 수출 통제에 의해 화웨이의 기술 개발이 영향받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칩 설계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분해를 통해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 통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부품을 중국산이나 자체 제품으로 전환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화웨이의) 노력은 박수 받을 만하지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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