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에만? 아프다?…암세포 킬러 '방사선 치료' 오해와 진실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3.09.21 13:54

[박정렬의 신의료인]

암 환자에게 방사선은 수술, 항암제에 버금가는 '무기'다. 전체 암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암과 맞서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선택한다. 관련 장비가 발전하고 의학적 지식이 쌓이면서 방사선은 암을 정교하게 공격하는 '명사수'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에는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중입자 치료로 60대 전립선암 환자가 한 달 만에 암 조직이 완전히 사라지는 등 치료에 성공해 국내 방사선 치료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는 아프다" "말기 암에만 적용한다"는 등 오해가 여전하다. 방사선 치료받는 암 환자 비율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절반에 그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조연아 교수의 도움으로 방사선 치료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는 모습./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 치료는 말기 암에만 적용한다?


X 암 환자의 60~70%는 완치를 위한 목적이나 수술 전, 후 종양을 축소·제거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활용한다. 치료 효과를 개선한 항암제가 속속 등장하고 로봇 수술 등 첨단 장비가 도입되며 방사선 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각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호화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함께 적용한다. 특히, 세포독성 화학 항암제, 표적항암제에 이어 3세대인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며 방사선 치료의 활용 범위는 대폭 확대됐다. 방사선이 암세포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체내 면역반응이 활성화하는데 이를 통해 면역항암제의 효과도 높일 수 있어서다. 이미 3기의 비소세포폐암에서 항암, 방사선 이후 면역항암제 사용은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치료가 까다로운 삼중음성유방암도 방사선 치료와 면역항암제의 병합 치료로 완전 관해(암세포가 완전히 소실된 상태) 이끄는 등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아프다?


X 방사선 검사를 받을 때 아프지 않은 것처럼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도 방사선 자체가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치료 직후 방사선을 조사한 부위의 부종과 염증 반응 등이 일시적으로 통증이 발생·악화할 수 있지만 대부분 자연히 사라지고 적절한 진통제 사용으로 조절할 수 있다. 치료 후 1~2개월 내 급성기 부작용으로 피부염이나 점막염 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보통 1~2주 이내 회복된다.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고 치료 부위와 범위, 총횟수, 방사선 세기(선량)에 따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전에 없던 통증 등 이상 증상이 발생하거나 악화한다면 꼭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특히, 암이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통증은 진통제를 써도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심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치료 후에 한 달 이상 통증의 강도와 빈도가 나아지지 않으면 암이 진행한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해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조연아 교수



치료 중 다른 사람과 접촉하면 피폭된다?


X 방사선 치료는 치료 장비를 통해 일종의 빛 에너지를 내 몸에 쏘이는 것으로 체내에 남는 동위원소치료와는 다른 치료다. 치료받아도 몸속이나 옷에 방사선이 남아있지 않아 피폭 가능성도 없다. 컴퓨터 계산을 통해 위치와 선량을 정밀하게 계산하고 사전에 검증 작업을 통해 계획한 대로 방사선이 조사되는지 확인하는 과정(Quality assurance)도 항상 포함돼 있다. 요즘에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 정위체부방사선치료, 영상유도방사선치료, 호흡연동방사선치료 등 환자별 '맞춤 장비'를 적용하는 시대로 불과 5~10년 전과 비교해도 부작용이 현저히 줄었다.



방사선 치료도 진화하고 있다?


O 방사선 치료는 전자기(감마선, x선 등) 방사선을 이용하던 데서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입자(양성자, 중입자) 방사선으로 진화하고 있다. 입자 방사선은 암에 닿기 전까지 방사선을 거의 방출하지 않고 암에서 80%가량을 방출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특징이 있어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강력하다.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에 양성자 치료가 도입됐고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중입자 치료를 통해 전립선암 2기 환자 치료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한 주에 3~4회씩 총 12번 치료를 받은 결과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는 0.01ng/㎖ 미만으로 떨어졌고 MRI 촬영 결과 암 조직이 발견되지 않았다. 주변 장기의 피해도 없어 치료 후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지내고 있다.

지난 4~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치료를 받은 최모 씨의 MRI 촬영 비교 사진. 기존에 발견됐던 암 조직(왼쪽 사진 표시)이 치료 후(오른쪽 사진 표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연세암병원

중입자의 '중'은 무거울 중(重)으로, 양성자 치료에 이용하는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해 보다 강력한 생물학적 효과를 나타낸다. 기존 방사선 치료나 양성자 치료보다 2~3배 치료 효과가 높고 그동안 방사선에 저항성을 보였던 골육종, 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암 치료에도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주변 장기로 방사선 피폭이 적어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한 두경부암(얼굴과 목)이나 방사선에 민감한 장기가 밀집된 췌장암(복부), 전립선암(골반) 등을 치료할 때 부작용도 덜하다. 나이가 많거나 지병이 있어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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