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싼 부품 '울며 겨자먹기'로 쓴 이유…美 '이 회사'에 갑질 당했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 2023.09.21 12:00

공정위, 美 반도체사 '브로드컴'에 과징금 191억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9.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반도체 제조사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스마트기기 부품 관련 장기 공급계약(LTA)을 강제한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191억원 등의 제재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21일 브로드컴의 이러한 거래상지위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조치와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태블릿 PC 등 스마트기기에 사용되는 무선통신 부품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사업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기기에 탑재되는 부품의 대부분을 브로드컴에 의존하고 있었던 이유다.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불공정 계약을 강제하게 된 건 2018년부터 관련 시장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브로드컴은 2019년 12월 삼성전자가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못하게 하고 장기간 매출을 보장받고자 독점적 부품 공급상황을 이용한 LTA 체결 전략을 수립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선 다원화를 위해 브로드컴과의 계약 의사가 없었고 기회비용·심각한 재정손실 등을 이유로 거부 의사도 밝혔다. 그런데도 브로드컴은 2020년 2월부터 △부품구매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 수단을 동원해 LTA 체결을 압박했다.

그 결과 2020년 3월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3년간 브로드컴의 부품을 최소 7억6000만달러를 구매키로 계약을 맺었다. 구매금액이 이에 미달할 경우는 차액을 배상하는 내용까지 계약서에 담겼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갤럭시21 부품을 경쟁사 제품에서 브로드컴 부품으로 바꿨다. 이 밖에 보급형 모델에도 브로드컴 부품을 탑재했다. 다음 연도 물량을 선구매하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8억 달러의 부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브로드컴의 부품은 경쟁사업자보다 비싸 삼성전자의 금전적 불이익이 컸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취한 '구매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조치에 대해 스스로 '폭탄 투하', '핵폭탄'에 비유하고 '기업윤리에 반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협박'이라고 생각하는 등 삼성전자가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거래 협상에서 불리했던 삼성전자의 상황은 절박했다. 한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상황은 당시 '생산라인에 차질이 우려된다', '가진 카드가 없다', '브로드컴이 급한 게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는 메일 내용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한편 브로드컴의 혐의는 제재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구제를 골자로 하는 공정위의 '동의의결' 절차도 밟았다. 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법원 1심 기능)는 브로드컴이 제시한 동의의결안의 피해보상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제재 여부를 가리는 본안 심의로 되돌렸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행위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거래상대방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과된 과징금(191억원)은 행위를 조사했던 당시 공정거래법상 상한인 관련 매출액의 2%를 적용해 산출됐다.

한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브로드컴 등 반도체 분야 선도기업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고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반도체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경쟁 여건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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