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일본 도쿄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거리 시부야에 있는 대형 잡화점 로프트에는 평일 낮인데도 가을 화장품을 사기 위한 일본인들로 북적였다. 6층 매장 바로 앞에는 화제의 제품, 신상품 등으로 꾸며놓은 특별 매대가 있는데 라카, 롬앤, VT, 아누아, 힌스 등 한국 브랜드가 주로 자리를 차지했다. 이케다 아키코 로프트 홍보 담당자는 "소비자들이 이미 인터넷을 통해 브랜드를 알고 있기 때문에 K-뷰티 존을 따로 만들지는 않는다"면서도 "한국에서 신상품이 많이 나오다보니 매대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 안에서 젊은 여성들은 핸드폰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화장품 정보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었다. 립 제품을 고르던 세이케 사야카씨(29세)는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화장품을 보고 구매하는 편"이라며 "르세라핌을 좋아해 화장 스타일을 따라할 수 있는 비슷한 색감의 제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강국 일본에서 K-뷰티 붐이 불고 있다. 일본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한 데 이어 올해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일본 화장품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몇차례 K-뷰티 붐이 일긴 했지만 마스크시트 등 일부 상품에 그쳤다"며 "이번엔 제품군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고 있어 확실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COVID-19) 기간 동안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는 데 익숙해진 Z세대들이 한국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화장품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초반에는 저렴한 상품을 시험삼아 사보다 질에 만족해 반복구매를 하다보니 점점 고가의 K-뷰티도 늘고 있다.
개성을 강조한 한국 인디브랜드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야마나카 아즈사 플라자 홍보담당자는 "한국 화장품은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상품이 많다"며 "미용액(앰플·세럼 등)에 비타민C나 시카 등 영양성분을 넣어 고성능을 강조한 것도 일본 소비자에겐 새롭다"고 말했다. 일본 화장품 대기업들은 소비력이 높은 40대 이상을 타깃으로 삼다보니 새로운 색상이나 화장법 등을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반면 SNS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익숙한 Z세대들은 해외 상품을 찾고 구매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반응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면서 한국 기업들은 보다 가격대가 높은 상품까지 수출 중이다. VT는 최근 일본에서 리들샷 S 300을 판매 중이다. 미세침 형태의 성분으로 피부에 시카 성분을 흡수시키는 제품으로 약 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플라자 측은 "Z세대 사이에서 품질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 40~50대도 관심을 갖고 구매한다"고 말했다. 굳이 윗세대를 겨냥하지 않아도 스킨케어 등에서 품질에 만족하면 소비자 층은 자연히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로프트도 "타사에 비슷한 제품군이 없거나 차별화된 제품은 중고가격대도 입점하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은 디자인이 예뻐 선물용으로도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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