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직장 내 괴롭힘'으로 괴롭힘 당하는 인사담당자들에게

머니투데이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2023.09.21 05:00
요즘 인사담당자들의 큰 고민이 '직장 내 괴롭힘'이다. 하루 평균 약 19건이 고용노동부에 신고되니 회사에만 신고하는 건수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규모다. 너무 많은 신고가 들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아 인사담당자들이 떠안은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도 짚어볼 부분이다.

저성과자나 징계대상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뒤 회사가 저성과를 문제 삼거나 징계하려 할 때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불이익 조치라고 주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선의의 제도를 악용하는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원칙적으로 대처, 발본색원해 추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사담당자들이 겪어야 할 괴로움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원칙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적당한 타협을 했을 때는 반드시 유사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인사담당자들 입장에선 직장 내 괴롭힘을 악용하는 경우 외에 특정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인지 애매할 때도 어렵다. 회사에서 사귀거나 '썸'을 타다가 관계가 틀어진 뒤 또는 처음부터 원치 않는 구애를 해 상대방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그렇다. 미혼의 팀장이 나이 어린 미혼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고백하는 경우 문제가 될까. 최근에는 나이 많은 여성 팀장이 아들뻘인 남자 팀원에게 카톡 대화방에 '보고싶어ㅎㅎ'라는 문자를 보내거나 인형에게 뽀뽀하는 이모티콘을 보낸 행위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으로 신고한 사례도 있다.

직원들끼리의 감정 표현은 사생활 영역이라 회사가 관여하기는 어렵지만 지위나 관계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의 거절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연락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최근 판례는 여성 직원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자 과도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함께 근무하기 위해 무단으로 근무시간을 변경하며 피해자의 모습이 촬영된 CCTV(폐쇄회로TV) 영상을 단톡방에 공유한 매장 점장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점에서 인사담당자들은 올해 7월18일 이후 시행된 개정 스토킹방지법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회사가 스토킹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해서도 징계, 해고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스토킹의 개념뿐 아니라 불이익 조치의 범위도 매우 넓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동료평가에서의 차별도 금지하는데 동료들이 한 평가에서 차별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사용자에게 묻는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들은 직원들 중 누군가 스토킹 피해를 호소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대처,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업무연락처 및 근무장소의 변경 등을 포함해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추후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스토킹 신고자가 있을 경우 회사의 인사조치 등이 불이익 처분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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